25일 방한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손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선문제가 포함돼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의 무역 불균형을 내세워 이 같은 요구 사항 관철 의지를 방한 전부터 예고해왔다. 한·미 FTA의 충실한 이행을 촉구하는 방식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양국 간 긴장을 초래할 만큼의 큰 폭 수정은 아닌데도 오바마 대통령이 의지를 내비치는 것은 오는 11월 미 중간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행보로 풀이된다”고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인식은 지난 2012년 3월 15일 한·미 FTA 발효 뒤 나타난 무역적자 때문이다. 한국의 대미 수출은 2012년 4.1%, 2013년 6% 증가한 반면에 수입은 2.8%, 4.2% 감소해 미국 내에서 이와 관련한 불만이 제기돼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FTA가 완전히 이행되기 위해선 몇 가지 문제가 있는데 이번에 박 대통령과 논의할 것”이라며 정상회담에서 이를 거론할 뜻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한국에 자동차·공산품·서비스 등을 더 많이 수출하고 있고 이로 인해 미국인들이 더 많고 좋은 일자리를 가지게 됐다”면서도 “한·미 FTA가 완전히 이행되기 위해서는 해결돼야 할 몇 가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압력 사인은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 전부터 계속 있어왔다. 지난 16일 태미 오버비 미 상공회의소 아시아 담당 부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FTA 이행 문제를 강한 톤으로 거론했다. 한·미 FTA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미국 측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미국 재계와 의회 일각의 시각을 대변한 것이다.

정부는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 FTA로 미국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미국내 여론을 달래기 위한 측면이 강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패밀리레스토랑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과 자동차 선루프 안전성 시험방식 등 몇 가지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지만 협의가 이뤄지고 있고 통상마찰로 비화할 우려는 없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이 뒤늦게 합류 결정을 내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관련, 이미 11개국과의 협상이 진행중임을 들어 부정적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이 TPP에 참여하는 최고의 방법은 미국과 긴밀히 협의해 한·미 FTA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박세영 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