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진도 침몰 사고 생존자 학부모 20여 명은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정부의 신속한 구조를 촉구했다. 안산시는 단원고 피해유가족들이 사고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공원과 납골당, 위령탑 등의 설치를 요구해옴에 따라 이를 적극 수용하기로 했다.

생존학생 부모들은 22일 오전 경기 안산시 안산교육지원청 정문 앞에 모여 대국민호소문을 낭독했다. 이들 대부분은 고려대 안산병원, 한도병원에 입원해 있는 생존 73명 학생들의 부모들로, 기자들의 질문은 일절 받지 않고 사회 각계각층의 모든 국민들에게 바라는 가족들의 입장을 담은 내용의 호소문을 읽어 내려갔다.

생존학생 부모 대표는 호소문에서 “아이들이 바다에 갇힌 지 엿새가 지났다. 구조작업은 더디고, 지켜보는 부모의 가슴은 타들어간다. 진도에서 실종자 부모들이 대통령을 만나고자 했고 청와대로 가려고 했다. 그러나 경찰들에 저지당했다. 살아남은 아이들의 학부모로서 마음이 무겁다”며 “정부의 늑장대응이 우리 아이들의 사망과 실종을 늘렸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지금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초기대응만 제대로 했어도, 이렇게 큰 피해는 없었을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당장 민·관의 역량을 총동원해 구조작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사고는 비극 그 자체다. 아직 구조되지 못한 아이들도, 하늘로 간 아이들도, 그리고 살아남은 아이들도 다 우리가 책임지고 보살펴야 할 아이들”이라며 “살아남은 아이들마저 죄인이 된 심정이다. 생존 아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보살핌을 위해서도 정부와 모든 각계각층, 전 시민사회가 애써 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또 정부와 민·관의 구조작업과 일련의 행태를 비판하는 내용과 함께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 행태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시했다. 그들은 “언론은 이슈가 아닌 진실을 보도해 달라”며 “또 살아남은 이들에 대한 취재경쟁을 멈춰주길 바란다. 지금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절대 안정”이라고 강조했다. 한 학부모는“아이들이 당장 물에 빠져 죽어가는 데도 언론은 취재 보도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 “피가 마르는 부모들 눈앞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소감을 묻는 것은 사람으로서 할 짓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안산시는 유족의 요청을 받아들여 유가족 대표, 중앙정부 등과 협의를 거쳐 적당한 부지를 물색한 뒤 희생된 단원고 학생, 교사들의 유해를 안치하고 추모할 수 있는 전용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안산 = 송동근 기자 sd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