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당시 승객들을 버리고 탈출한 이준석(69) 선장과 선원들에 대해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 적용이 검토되고 있는 배경에는 이들의 범죄 행위를 보다 엄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들의 행동에 대해 ‘살인적 행태’라고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이 선장과 선원들이 승객에게 퇴선명령을 내리지 않았고 승객을 방치한 채 자신들만 선박이 침몰하던 순간 탈출한 사실을 확인한 상태다. 이 때문에 이들이 선장과 선원으로서 승객의 안전을 지키지 않고 이들의 죽음을 방치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들에게 업무상과실치사죄를 넘어 ‘미필적 고의’를 가진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게 검찰 내부는 물론 다수 형사법 전문가들의 견해다.

형법 조항에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명시돼 있지 않다. 형법 제18조에는 ‘부작위범’에 대해 ‘위험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거나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위험 발생의 원인을 야기한 자가 그 위험 발생을 방지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발생된 결과에 의하여 처벌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250조에 살인죄에 대한 항목이 있다. 이들 조항에 따라 이 선장과 선원들이 위험 발생을 인지하고 승객을 구조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방치해 그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점이 인정되면 부작위범으로서 살인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반적 살인죄의 경우 형량이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고, 부작위범에 대해서도 최고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검찰은 이 선장을 구속하면서 이미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도주 선박의 선장 또는 승무원에 대한 가중처벌), 유기치사죄 등의 혐의를 적용해 법원에서 인정되면 무기징역이 가능한 상태다. 여기에 부작위 살인죄가 적용된다면 이 선장이 중형을 받을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형사 전문 변호사는 “앞선 판례와 지금까지 드러난 사고 경위를 볼 때 이 선장과 선원들에 대해 부작위 살인죄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선장과 선원들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물에 빠지는 승객들 개개인을 방치했다는 미필적 고의성을 검찰이 명확하게 입증해야 한다. 검찰 관계자는 “살인죄는 피해자 개인에 대해 피의자가 고의성을 가지고 저질렀을 때 적용이 가능한 것”이라며 “부작위 살인죄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물에 빠진 개별 승객들이 선장과 선원들의 미필적 고의에 의해 사망했다는 사실이 수사과정에서 입증돼야 한다”고 전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