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의 원인 제공자들에 대해 형사처벌 외에 민사책임을 묻겠다고 말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는 대형참사에서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우선 배상을 해 주고, 위법을 저지른 책임 당사자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22일 “국가배상은 사고 수습 차원에서 최대한 신속하게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먼저 배상을 하고, 형사재판을 통해 선박회사나 선주 등 이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의 위법이 밝혀지면 정부가 구상권을 청구하게 된다”고 말했다.

사고 수습이 마무리되면 배상은 정부가 유가족과의 합의를 거쳐 즉각 시행한다. 하지만 형사처벌은 수사에서부터 형 확정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이 때문에 대형참사에서 정부는 ‘선배상 후구상’의 방식을 택하게 된다.

구상은 책임 정도에 따라 청구액을 달리한다. 책임이 많으면 그만큼 배상액도 커진다. 세월호 참사의 경우 선박회사·선주·선장은 물론 점검을 소홀히 한 한국선급이나 담당 공무원도 청구 대상이 될 수 있다. 피해자가 보험금을 지급받았다면 보험회사를 상대로 일부 구상권 청구가 가능하다.

정부를 대행해 선박을 점검하는 한국선급의 관리 책임이 드러나면 국가도 일부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담당 공무원의 중과실이 드러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또 해당 공무원에 대해서도 구상이 가능하다. 국가배상법에 따르면 공무원의 가벼운 과실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지만 중과실에 대해서는 구상권 청구가 가능하게 돼 있다.

배상금은 1993년 서해훼리호 사건의 경우 1인당 9200만 원씩 동일하게 지급됐다. 하지만 이후 대형참사에서는 손해배상 소송에 흔히 이용하는 ‘호프만식’이 적용된 사례도 있다. 이 방식은 피해자가 장래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총수입에서 중간 이자를 공제하는 방식으로 나이와 소득이 핵심 고려 대상이다.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경우 직업이 없기 때문에 보통 인부의 일당이 적용된다. 국가의 배상액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되면 배상금 수령을 거부하고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정부가 구상권을 청구할 경우 원고는 법무부장관이 된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