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의 운항관리 점검을 담당했던 한국해운조합은 지난 1949년 9월에 설립된 조직이다. 연안 해운업자의 경제·사회적 지위 향상과 균형있는 발전 도모를 위해 설립된 비영리특수법인이지만 이른바 ‘셀프 감독’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해운조합은 2100여 개 선박 회원사로 구성돼 있으며, 해당 회원사들은 전국 270여 개의 유인 도서에 100여 개 항로를 통해 여객선을 운항하고 있다.

현재 국내 여객운송사업자는 해운법 제22조에 따라 해운조합으로부터 안전운항에 관한 지도·감독을 받도록 돼 있다. 해운조합이 임명한 운항관리자가 해운사의 안전관리 업무를 맡도록 해 놓은 것이다. 정부가 해운조합에 국내 연안여객선들의 안전운항을 관리·감독하도록 규정해 놨지만, 세월호 운항관리에 문제점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결과적으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 됐다는 비판이 높다.

가장 큰 문제는 해운조합 회원사가 해운조합의 운항 관리·감독을 받아야 하는 국내 민간 해운업체라는 점이다. 이 같은 구조는 결국 세월호 운영회사인 청해진해운 등 해운사의 회비로 운영되는 이익단체가 회원사들의 안전대책을 감독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셀프 감독’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해운조합을 관리·감독해야 할 정부 부처 관료들이 조합의 경영진으로 임명되는 ‘낙하산’ 인사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해운조합은 설립 이후 지금까지 12명의 이사장 가운데 10명이 전직 고위 관료 출신이다. 대부분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옛 국토해양부 등)와 해양경찰 출신들이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주성호 현 이사장도 국토해양부 2차관 출신으로, 공직에서 퇴임한 지 6개월 만에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사장 밑에는 본부장(상임이사) 3명이 있는데, 이들 가운데 한홍교 경영본부장과 김상철 안전본부장 역시 각각 해수부와 해양경찰청 고위 간부 출신이다. 해운조합과 상급 주무부처의 끈끈한 유착관계를 유추해 볼 수 있는 인력 구조인 셈이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