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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의 안전을 책임지는 안전관리 주체들이 선박회사들과 이른바 ‘갑을관계’의 종속적 관계에 있기 때문에 안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구조적 결함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수산부 전직 관료들이 포진해 선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국해운조합이 안전운항 관리를 맡고 있는 상황에서 선박의 안전을 관리하는 안전관리대행업체들도 선사와의 갑을관계로 인해 제대로 된 선박 안전관리가 어렵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21일 해수부와 한국해운조합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3월 발표한 ‘2014년 해사안전시행계획’에서 “안전관리대행사들이 안전관리와 영업이익이 충돌할 경우 국제안전관리규약(ISM Code)에서 요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안전관리대행사는 선박의 안전운행을 위해 준수해야 할 국제안전관리규약을 선박회사가 제대로 이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회사들을 말한다. 정부로부터 ISM Code를 수행할 능력이 있다고 인정받은 업체들만이 대행업을 할 수 있으며, 국내에 100여 개 업체가 영업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대행회사가 대형 선박회사들의 안전관리 부서들이 분리·독립해 회사를 세우는 경우가 많아 선박회사에 얽매이는 ‘갑을관계’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선박회사에 선박 안전과 관련해 ‘쓴소리’를 하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특히 정부가 이 같은 불합리한 구조를 알고 있으면서도 구조개선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이미 지난 2012년 ‘해운선사 안전관리대행사 안전등급제 도입 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하면서 “일부 선사와 안전관리대행사가 수익성을 강조하는 경영환경에서 의사결정시 안전을 비용 요소로 인식하고 있어 안전 분야 투자와 관리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2년이 지난 이제 와서야 안전관리자 면허제도 도입 타당성 검토를 위한 연구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여객선 운항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한국해운조합도 조합원인 선사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갑을관계’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2100개 연안해운사업자들 이익과 권리를 대변하는 이익단체인 해운조합에 연안 여객선의 운항 관리·감독을 맡긴 것 자체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여기에 해운조합 이사장과 주요 간부들 대부분이 해수부와 해양경찰청 등 상급 주무부처의 전직 관료들이어서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정부 부처와의 ‘유착관계’에 빠질 우려가 크다는 것도 문제다.

해운조합이 선박의 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데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해운조합 본부 임직원 300여 명 중에서 안전관리 담당자는 안전본부 산하 안전운항실과 안전지원실의 7명이 전부다. 그나마 두 부서의 간부 비중이 30%에 육박하고 있어 전국적으로 173척이 운행되는 연안 여객선의 안전을 책임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