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를 일으킨 청해진해운이 이미 노후한 세월호를 도입하며 100억 원을 대출받고 선박의 수명도 5년 이상 연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곳곳에서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될 수 있는 부실한 선박관리 정황이 나타나고 있지만 청해진해운은 언론 등 외부와 접촉을 차단하고 사고 현장에도 임직원 1명만이 머물고 있는 등 사고 수습에는 뒷짐만 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1일 산업은행 등에 따르면 청해진해운은 지난 2011년 3월 세월호의 과거 운항사인 일본 ‘마루에페리’ 측에 계약금 12억 원을 주고 세월호 구매 계약을 했다. 전체 선박 구입자금은 116억 원(8억 엔 상당으로 당시 환율은 100엔당 1450원 정도)이었으며, 청해진해운은 계약금 12억 원과 잔금 중 24억 원을 부담하고 산은이 잔금 중 80억 원을 대출해줬다. 세월호는 2012년 10월 한국으로 들어와 개보수 작업을 거치게 되는데 이때에도 산은이 20억 원을 대출해줬다.

이미 18년이나 운항한 노후 선박을 들여오는 데 산업은행이 거액의 자금을 대출해 준 것에 대해서도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월호는 2013년 2월 개보수를 마친 뒤 사용기간을 2018년까지 연장승인 받았다. 즉 애초 내용연수 20년에서 일본에서의 사용기간(18년)을 제외하고 2년에 불과했던 선박의 잔여 수명(내용연수)이 몇 개월간의 개보수를 통해 7년으로 연장된 것이다.

한편 노후 선박을 도입해 무리한 운항을 해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청해진해운은 정작 사고 수습에는 뒷짐만 지고 있는 상태다. 사고대책본부가 있는 인천 연안터미널 내 사무실은 문을 걸어 잠근 채 외부인 접근을 막고 정례 언론 브리핑마저 취소한 상태다. 전남 진도의 사고 현장에도 100명 넘는 직원 가운데 임원 1명이 나와 있을 뿐이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