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의 ‘싱글(Single) KT’가 그룹 중심의 중앙집권 체제 강화 움직임을 보여 주목된다.(문화일보 4월 17일자 21면 참조) ‘조직의 삼성’에서 잔뼈가 굵은 황 회장이 KT그룹의 사령탑인 경영기획 부문에 재무실을 신설하고 벌써 임원을 2명이나 늘렸지만 향후 부문 조직과 예산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황 회장은 지난 1월 취임 직후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다른 그룹의 계열사 컨트롤 타워인 기획조정실에 해당하는 KT의 경영기획 부문(옛 코퍼레이트 센터)에 재무실을 새로 편입시켰다.

이로써 이석채 회장 재임 시 전략기획실·시너지경영실의 2실 체제에서 3실로 덩치가 커지면서 상무급 이상 임원 숫자도 8명에서 10명으로 늘어났다. 2월 초 영입된 삼성 출신의 김인회 재무실장이 KT그룹의 돈줄을 단단히 틀어쥐게 된 셈이다.

황 회장은 삼성 반도체연구소장 출신으로 최고기술경영자(CTO)를 역임한 비재무통이지만, 사업기획 단계부터 최종 점검까지 방만한 KT 계열사들의 자금 흐름을 통제할 필요성을 절감한 것으로 보인다.

‘재무의 삼성’으로 불리던 시절 초급 임원을 지냈던 경험을 반영한 조치로도 볼 수 있다. 재무실은 기업설명회(IR)·자금·세무·회계를 통괄하는 ‘금고지기’다. 향후 전략기획실의 경영기획·사업조정·투자결정 같은 신규사업 검토 및 기존사업 재배치, 자금집행을 포함해 시너지경영실의 그룹전략·계열사 시너지 창출·동반성장 활동에도 재무적 관점에서 돋보기를 들이대면서 철저한 군살 제거에 나설 방침이다.

재계 일각에선 황 회장의 삼성그룹 벤치마킹으로 해석하는 견해도 대두된다. 공교롭게 ‘황창규호(號) KT’의 경영 이념으로 처음 전파된 ‘싱글 KT’에서 ‘싱글’은 삼성그룹 계열사의 내부 업무용 인트라넷인 ‘마이싱글’과 동일한 이름으로 정해졌다. 최근 매출 3조 원대의 KT 주요 계열사인 비씨카드 최고경영자(CEO)에 삼성사회봉사단 사장 출신의 서준희 대표가 내정되기도 했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