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사고 당시 세월호가 제주해양관리단 해상교통관제센터(제주VTS센터) 및 해경과 교신한 내용을 살펴보면, 세월호는 사고 직후 초기대응에 실패해 참사를 부른 정황이 분명해진다. 사고 당시 이준석(69) 선장은 제주VTS센터와 해경의 구난지시를 받고도 이를 무시했고, 급박한 상황에서도 해경이 아닌 해상교통관제센터로 신고해 구조대의 출동시간을 지연시키는 원인을 제공했다. 또 조난 신고방법도 해상 사고의 일반전화나 긴급전화가 아닌 초단파 무선송신장치를 통해 이뤄졌다.

◆미흡한 초동 대처 = 세월호는 16일 오전 8시 55분 해경이 아닌 제주 해상교통관제센터에 처음으로 조난신고를 했다. 세월호는 오전 8시 55분 첫 교신을 통해 “해경에 연락해 달라. 위험하다. 배가 많이 넘어가서 움직일 수 없다. 빨리 와달라”고 당시 상황을 전파하며 구조를 요청했다. 이미 최초 신고 시간대에 여객선이 왼쪽으로 심각하게 기운 상태였다. 이에 제주VTS센터는 “해경에 연락하겠다”며 승객들이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퇴선을 준비하도록 지시했다. 또 해경 122로 세월호 사고상황을 전했다. 세월호는 급박한 상황에서 해경에 직접 조난신고를 하지 않고 제주VTS센터를 통해 신고를 요청한 것이다.

◆해경 퇴선 지시도 무시 = 세월호는 이후 오전 9시 6분 해경과의 무선교신에서도 승객들에 대한 긴급 구난지시를 받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당시 해경은 이 선장으로부터 “세월호에 침수 피해가 발생해 침몰 중이다”는 급박한 상황을 보고받은 뒤 “즉시 승객들에게 구명조끼를 착용시키고 구명벌(원형 고무보트)을 투하하라. 선내 안내방송을 내보내 승객들을 대피시켜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 씨는 “선내 방송시스템이 (침수로 인해) 고장나 방송을 할 수 없다”고 응답했고 이를 끝으로 교신이 끊겼다. 하지만 이 선장의 이 같은 보고는 사고 직후 배가 왼쪽으로 60도가량 기울 때까지 수차례 안내방송이 나왔다는 점을 비춰보면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다.

◆신고 수단 잘못 선택 = 세월호의 첫 교신이 해상 사고의 가장 일반적인 신고 방법인 해경의 일반전화나 긴급전화(122)가 아닌 초단파 무선송신장치인 ‘VHF 통신기’만 채널을 바꿔가면서 이용한 점도 화를 키웠다. 선박들이 운항 과정에서 해상 사고가 발생하면 가장 일반적인 신고 방법이 해경의 일반 전화나 긴급전화(122)로 연결해 신고하는 것이다. 또 단추를 누르면 해경 상황실이나 파출소로 구조 신호를 보내는 무선송신 시스템인 ‘V-PASS’나 비상용 주파수 채널을 맞추면 같은 기기를 장착한 다른 선박에서 구조신호를 들을 수 있는 ‘SSB 통신기’ 시스템도 있다.

한강우 기자 hanga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