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와 관련,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인원 집계가 다시 한 번 비판을 받게 됐다.

17일 실종자 가족이 모여있는 진도 실내체육관을 방문한 현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건네주며 ‘약속을 지켜달라’고 주문했던 문모 씨의 딸 문지성(단원고 2년) 양이 사고 초기에는 구조자 명단에 포함됐다가 나중에 실종자로 변경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정부가 얼마나 엉터리 통계를 남발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구조하지도 않은 사람을 버젓이 구조자 명단에 올려놓았고, 이 때문에 아버지는 딸을 찾아 헤매고 다녔다.

문화일보 취재 결과 문 양은 16일 오후 7시 기준 174명의 구조자 명단에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 명단은 서해지방해양경찰청에서 안전행정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보내졌다. 이후 서해해경청이 계속해서 명단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문 양의 이름은 이날 오후 9∼10시쯤 실종자 명단으로 자리를 옮겼다. ‘생존’에서 한순간에 ‘미확인(실종)’으로 변경된 것이다.

앞서 구조자 명단을 놓고 서해해경청과 중대본은 사고 발생부터 17일 오전 9시까지 7차례 숫자를 바꿨으며 국민적 공분을 산 바 있다.

앞서 문 씨는 17일 밤 대통령과 통화했고, 18일 오전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과 다시 통화하면서 이 같은 사실을 털어놓았다. 박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는 이를 말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민 대변인은 이날 “대통령이 어제 체육관을 방문해 한 가족(문씨)으로부터 전화번호를 받았는데 어젯밤 10시쯤 전화를 해 5분 정도 통화를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문 씨는 민 대변인과의 통화에서는 “딸이 처음에는 구조자 명단에 있어서 아이를 찾으려고 진도의 하수구까지 뒤졌는데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민 대변인이 “그런 얘기를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했느냐”고 물었더니 문 씨는 “대통령의 목소리가 잠겨가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그 얘기가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못했다”고 답했다는 것. 민 대변인은 “문 씨가 나와의 통화에서 딸이 구조자에서 실종자로 바뀐 얘기를 하면서 목놓아 울었다”고 전했다. 오락가락한 인원 집계와 발표가 아버지의 가슴에 다시 한 번 ‘대못’을 박은 셈이 된 것이다.

김윤림 기자 best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