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를 보면 대통령이 나서지 않는 한 좀처럼 꿈쩍도 하지 않는 무책임한 정부당국과 관료들의 모습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참사가 벌어지기 전엔 물론이고 사고가 일어난 후에도 관료들은 여전히 개념 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17일 오후 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 현장을 전격적으로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진도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들과 즉석 일문일답을 하던 중 김석균 해양경찰청장 등 당국자들을 질책하며 “누구보다 실종자 가족분들에게 먼저 구조 상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라”고 지시했다. 당국의 더딘 대책과 무(無)설명에 대한 실종자 가족들의 분노 섞인 항의가 빗발치자 박 대통령이 직접 상황 정리에 나선 것이었다. 이 장면은 사고 직후 안이한 판단과 미흡한 초동 대응으로 신뢰를 잃었던 관계 당국이 이후에도 무성의하고 무능력한 대처로 불신을 증폭시키는 것을 보여주는 여러 사례 중 하나에 불과했다.

실종자 가족들이 박 대통령에게 “정부를 믿을 수 없다”며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건네면서 “지시 사항이 잘 지켜지는지 점검해 달라”고 아우성치고, 박 대통령은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다짐하기까지 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대통령의 명령”이라며 당국자들을 향해 가족들에 대한 약속 이행을 다그쳤다.

당국이 구조 상황에 대해 가족들에게 제대로 설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실종자 가족들과 한마음으로 실종자 무사 귀환을 기다리는 국민들까지도 분통 터지게 하는 일이다.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뒤에야 당국은 실종자 가족 대기소에 현장 구조 상황을 전하는 스크린을 설치하는 등 뒤늦게 부산을 떨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관료집단의 무책임성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오남석 정치부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