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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성장하면 우리는 정말로 행복해질까 / 데이비드 C 코튼 지음, 김경숙 옮김 / 사이

낭비사회를 넘어서 / 세르주 라투슈 지음, 정기헌 옮김 / 민음사

1953년 영국의 재무장관 R A 버틀러는 보수당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영국이 매년 3%의 경제성장을 이룬다면 1980년엔 1인당 국민소득이 2배가 되고, 모든 국민은 부모세대가 그들 나이였을 때에 비해 2배는 더 부유해질 것이다.”

이 연설은 영국 국민의 삶에 일대 전환을 가져왔다. 당시 영국은 주민주택 건설, 국가의료제 확립 같은 구체적 정책을 논의 중이었으나 경제성장 자체가 최대 목표가 됐다. 파이를 어떻게 분배하느냐를 놓고 벌이던 이념 대립은 사라졌고 관심은 온통 파이 크기를 어떻게 늘리느냐에 쏠렸다. 그렇게 30여 년이 지난 1989년, 아일랜드 경제학자 리처드 다우스웨이트는 버틀러의 주장에 대한 확인작업에 착수했다. 결과는 심각했다. 거의 모든 사회 지표는 악화됐고, 범죄율은 8배 증가했으며 실업률은 치솟고 더 많은 결혼이 이혼으로 끝났다. 무조건적인 성장 추구가 재앙이 됐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었다.

그 뒤로 다시 30년 가까이 흐른 지금, 미국 경영학자 데이비드 C 코튼과 프랑스 경제학자이자 철학자인 세르주 라투슈 파리 11대학 명예교수는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끝없는 경제성장의 추구로 우리의 삶은 더 행복해졌는가”라고. ‘No’라고 답하는 두 저자는 성장 메커니즘 아래 숨겨진 진실, 환상과 부작용을 드러낸 뒤 ‘탈성장 패러다임’을 주문한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했던 코튼은 경제가 성장하면 자동으로 빈곤이 해결되고 복지가 향상된다는 경제성장주의자의 주장은 환상이라며 책을 연다. 그는 오히려 경제성장 속에 부유층은 더 부유해졌고, 금융시장은 약탈적으로 변했고, 민주주의와 정치는 돈에 팔렸다며 이 모든 뿌리를 ‘경제 세계화’로 지목한다. 그는 현 상황이 식민 제국주의 시기와 비슷하다며 “경제는 지역으로, 의식은 세계로”라는 프레임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지역 공동체의 자립, 지식과 정보의 공유, 다양한 문화, 정부·시장·시민 사회 3자의 협동이 이뤄지는 지역화한 글로벌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분석이 완전히 새롭진 않지만 저자의 이력과 이력이 말하는 진정성이 마음을 끈다.

중상류층 백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1950년대 공산주의가 퍼져 나가는 것을 보고, 빈곤이 혁명의 불을 댕긴다고 판단, 제3세계 국가에 미국식 경제발전 모델을 전파하는 것에 자신의 생을 바치기로 한다. 이를 위해 경영학 석사, 조직이론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에티오피아 등에서 경영대학원 과정을 개설하는 활동을 벌인다. 이어 미국국제개발처 및 민간 재단 담당관으로 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 일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성장위주의 정책에 환멸을 느끼고 ‘탈성장주의자’로 변신하게 된다.

코튼이 성장패러다임을 광범위하게 비판한다면 라투슈 교수는 ‘계획적 진부화(Planned Obsolescence)’를 통해 성장중심 소비사회를 분석한다. ‘계획적 진부화’란, 물건의 소비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물건에 결함을 만들어 제품 수명을 단축시키는 것이다. 듀폰사가 1940년대 올이 풀리지 않는 스타킹을 개발했지만 제품화하지 않았고, 제너럴일렉트릭 등 전구회사가 기업 간 담합으로 전구 수명을 1000시간 이하로 정한 것 등이 예로 꼽힌다. 이들이 아니더라도 일상 속에서 우리는 수리하는 것보다 새로 사는 것이 더 편한 경우를 숱하게 경험하고 있다. 성장중심 시스템은 더 만들고, 더 소비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제품들이 적당히 수명을 다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일회용품까지 포함하는 ‘계획적 진부화’는 엄청난 자원 낭비와 쓰레기를 만들 뿐 아니라 인간까지도 쓰고 나면 버리는 상품처럼 취급하게 된다고 진단한다.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뿐 아니라 생각하는 방식까지 급진적으로 바꿔 정신을 지배하고 있는 경제 제국주의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 두 저자의 공통된 제언이다. 코튼은 이렇게 말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우리는 역사상 가장 심오하면서도 흥분된 경로 변화에 착수했다. 이 도전은 인간의 모든 창조력을 일깨울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어떤 청사진도 없는 이 창조 행위 과정에서 배워가야 하는 학생이며, 마음속에 숨어있는 선의 불꽃에 마음을 열어야 한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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