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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브론토사우루스 / 스티븐 제이 굴드 지음, 김동광 옮김 / 현암사

“자화자찬이라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을 감수하면서, 나는 이 책이 앞서 출간한 나의 저서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건방진 주장을 하고자 한다. 이 책은 6년 동안 쓴 60편 중에서 최고 또는 가장 일관된 35편을 추려낸 것이다.”

고생물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스티븐 제이 굴드(1941∼2002)는 책의 서문에 이렇게 밝힌다. 저자가 자신의 저작 중 가장 뛰어나다니 ‘게임 끝’이다.

“진화는 진보가 아니다”며 “생명의 역사에서 우연의 중요성”을 역설해온 굴드는 과학 대중화 운동도 적극적으로 벌였다. 그는 과학은 사회로부터 분리된 절대적이고 균일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1997년부터 2002년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매달 미국 자연사박물관의 월간지 ‘내추럴 히스토리’에 다양한 주제에 대한 글을 연재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였다. 책은 굴드의 이들 에세이를 엮은 것인데 이번에 출간된 것이 ‘굴드의 자연학 에세이 선집’의 세 번째 권이다.

이 같은 평소 견해를 반영하듯 에세이집에 실린 주제는 너무 다양하다. 그의 전공인 과학과 과학사는 물론, 그 경계를 넘어 철학, 신학, 종교, 야구, 미술, 소설, 광고, 영화, 그림형제의 동화, 타자기의 설계, 음식, 학생들의 은어, 심지어 자신의 병까지 온갖 이야기를 풀어낸다. 하지만 이 다양한 이야기들이 그저 다양한 주제를 다룬 재미있는 에세이가 아니라 대부분 ‘진화적 변화’라는 굴드의 과학적 관심, 진화가 점진적이지 않고 갑작스럽게 일어날 수 있다는 ‘단속평형설’을 증명하는 예시로 선택됐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합창단의 30회 동창회에서 받은 향수에 대한 감미로운 추억으로부터 우수함의 본성을 고찰하고, 조 디마지오의 타격 경향에서는 확률과 패턴에 대한 연구를 펼친다. 또 야구의 기원을 추적하는 글들은 모든 제도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로 풀려나가다 결국 창조론 대 진화론의 주제를 탐색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자신이 암과 벌이는 ‘한 판 승부’에 대한 에세이도 단순한 개인적 소회가 아니라, 인구 집단에서 나타나는 변이의 성격에 대한 일반적인 통계적 주장을 풀어놓는 자리가 된다. 책을 읽다 보면, ‘굴드가 왜 과학 글쓰기의 스탠 뮤지얼(메이저리그의 전설이었던 최고의 야구선수)’로 꼽히는지 알게 된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