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인정찰기 사태의 파장이 우리 군의 장성 인사 구도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 3월 31일 북한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상 동시다발적 포격 도발에 이은 무인기의 청와대 상공과 방공망 유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4월 초 예상됐던 육군의 대장 승진 인사가 멈추고, 오는 10월 가을 정기인사로 건너뛰게 되면서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남동생 박지만 씨의 육사 동기로 2012년 10월 중장 진급한 뒤 군단장(중장)급 요직을 독차지하고 있는 37기가 가을 정기인사 때 당초보다 1년 정도 앞당겨 대장으로 조기 진급할지가 군 안팎의 초미의 관심사다. 37기에는 신원식 합참 작전본부장과 전인범 특수전사령관, 이재수 국군기무사령관, 조보근 국방부 국방정보본부장 등이 포진해 있다.

문제는 이들 조기 진급 후보군인 37기 가운데에는 무인기 영공 유린사태와 관련한 책임자들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이 기무사령관은 무인기 사태와 관련해 김관진 국방부 장관에게 무인기 ‘대공 용의점’을 민활하게 보고하지 않았고 백령도에서 두 번째 무인기가 발견된 후에야 늑장보고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조 국방정보본부장 역시 북한 무인기의 방공망 침투 위험 요소를 조기에 인지 혹은 식별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36기 중에는 김유근 8군단장, 김현집 합참 차장, 박삼득 국방대 총장이 대장 승진 물망에 오르고 있다. 최근 4월 대장·중장 인사를 코앞에 두고 김 8군단장과 박 총장 등이 방산업체인 풍산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들은 대부분 보유 주식을 팔았으며 액수도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북한의 무인기 도발 상황 등이 없었다면 현 권오성 육군 참모총장의 동기인 34기 권혁순 3군사령관과 김요환 2작전사령관이 4월 인사에서 퇴진하고, 자연스럽게 35기 황인무 육군 참모차장과 김학주 항공작전사령관이 대장으로 진출하는 상황이었다. 현재 35기 대장 보직은 신현돈 1군사령관과 박선우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2명뿐이다. 육사 기수당 평균적으로 대장 보직을 최소 3명 이상 맡는 관례에 비춰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구도였으나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4월 대장 인사 불발로 내주 단행할 육군과 해군의 군단장급(중장) 인사 역시 소폭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임기 만료로 전역한 성일환 전 공군참모총장보다 2기수 아래인 최차규 참모총장 후임으로 공군의 인사폭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마저 5명에서 최 총장 후배 기수를 중심으로 3명으로 준 것으로 알려졌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