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 비전문가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영역을 넘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외교안보 부처의 소외현상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문화일보 4월 15일자 6면 참조)

그렇잖아도 김 실장의 역할이 막강한 상황에서 비전문 분야에까지 간여할 경우 자칫 외교안보 방향을 잡는 데 혼선을 초래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일각에서는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

외교안보 분야의 한 전문가는 16일 “NSC 상임위원회에 비전문가로 실장급이 더 늘어나면서 정책 조율에 대해 우려되고 외교안보 분야에서 해당 부처의 역할은 더욱 위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 “NSC 상임위는 국가안전보장과 관련되는 외교안보 정책은 물론 국내정책에 관한 사항을 다루는 회의로서, 외교안보와 국내정책을 보다 유기적으로 다루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하에 국가안전보장회의 위원인 대통령비서실장이 상임위원회에 참여토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 정부에서도 대통령 비서실장이 상임위원회에 참여한 적이 있다고 부연했다. 이는 김 실장의 영향력이 너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한 해명이었다. 역으로 이는 김 실장뿐 아니라 NSC 상임위 자체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현장에서 정책을 집행하는 외교안보 부처가 더욱 소외되고 있다는 점을 나타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대통령령 개정으로 ‘청와대 3실장’ 가운데 경호실장만 빼고 2명이 NSC 상임위에 참여하게 됐다. 외교안보 부처는 이 때문에 NSC 상임위에 집중된 정보와 정책 결정 기능이 더욱 심화해 부처의 집행력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교부는 윤병세 장관 외에 외교부 출신인 김규현 전 1차관이 NSC 사무처장으로 자리하고 있지만 통일부는 류길재 장관 외에 통일부 출신은 없고 그나마 NSC 안보전략비서관으로 내정됐던 천해성 전 통일부 정책실장은 내정 철회되면서 남북회담본부장으로 복귀했다.

박세영 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