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 동작구 사당동 연습실, 거울 앞에 서서 연기 연습을 하고 있는 김정수 씨.

배우 김정수 씨는 1994년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그는 1994년 계간 ‘자유 문학’으로 등단한 뒤, 2010년에 시집 ‘티그리스강의 아침’(bookin)을 출간했다.

그는 직장을 다니면서 퇴근 후, 매주 하루는 시를 썼다고 한다. 직장인 시인이라는 이름처럼, 그의 시 속에 도시의 샐러리맨으로서의 일상과 감성을 풀어내고 있다. 시집에는 그가 퇴근 후 불을 밝히고 쓴 90여 편이 실려있다.

‘며칠 전부터/ 양 쪽 어깨가/ 번갈아 뻐근하다/ 수호천사 부부가 걸터앉아/ 시소를 타는 모양이다’(수호천사) 직장인이면 누구나, 혹은 나이 들면 생활의 무게 때문에 누구나 뻐근한 어깨를 그는 수호천사가 올라탄 것으로 위트있게 풀어낸다. 그의 시는 특히 출퇴근을 하는 지하철, 그리고 도심 속 산책길에서 피어오른다. “지하철 플랫홈에서/ 전동차가 빠르게 지나치다가/ 그 기세에 눌려 머뭇거리는/ 나를 낚아채고 내달린다// 땅속에서야 동서남북이 무슨 소용이 있으랴만/ 늘 반대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 내려보면 내가 속한 세상의 출구다// 플랫홈을 나서면/ 대형 거울속에서/ 앞질러간 세월이 나를 기다린다”(세월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신문 보는 사람/ 휴대전화 동영상에 킬킬거리는 사람/ 꾸벅꾸벅 조는 사람/ 생각에 골몰한 사람/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서로 지탱하고 있는 걸/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다// 한순간도 버릴 수 없는/ 내 삶의 소중한 시간 속에/ 함께 한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도 못하고/ 그만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고 만다’(작별 인사도 못하고) “연극과 시가 없었다면 직장 생활을 견디지 못했을 것 같다”는 그는 “지하철 안에서 그리고 산책길에서 태어난 나의 시는 일상에서 마음을 일깨우는 명상이고 반성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