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가 운영하는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가 북한 영변 핵시설의 용수공급 시스템의 문제와 이로 인한 방사능 누출 등의 문제를 지적해 주목된다.

최근 영국 국방 전문 컨설팅사인 IHS제인스가 북한 영변 원자로의 낙후로 인한 화재 가능성을 지적한 데 이어 또 한번 구조적인 위험성이 강조된 것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원자로 냉각시스템에 대한 수리가 지연되거나 어려울 때 화재라도 발생할 경우 준(準)체르노빌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까지 우려하고 있다. 한미연구소의 닉 핸슨 연구위원은 38노스에 기고한 보고서에서 영변 원자로의 가동이 일시적으로 중단됐었거나 지난해 7월 일어난 홍수로 인한 수리를 위해 저전력 상태에서 가동됐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또 영변 인근 구룡강에서 충분한 물 공급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냉각시스템의 고장과 이로 인한 방사능 누출 등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냉각시스템 고장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하면 곧 진압할 수는 있겠지만 원자로의 밀폐력이 부족해 조그만 사고에도 방사능이 누출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38노스는 ‘영변 핵시설에서 사고가 나면 한반도에서 제2의 체르노빌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상기시키면서 “방사능이 대기 중이나 강으로 누출된다면 주변 지역이 크게 오염될 수도 있다”고 재앙 가능성을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원자로 자체의 냉각 방식보다는 2차 냉각 시설 계통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임만성(원자력 및 양자공학) 카이스트 교수는 “냉각시스템에 문제가 생겼고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상식적으로 화재가 일어나거나, 화재가 났을 때 바로 물을 조달하지 못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다만 “원자로 냉각시스템의 문제라면 방사능 누출은 되겠지만 대폭발 수준에는 이르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냉각시스템 문제로 인한 화재 가능성을 낮게 보는 분석도 있다.

함형필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영변 원자로에서는 이산화탄소를 식히지 못하면 자연순환될 수 있게 원자로가 설계돼 있다”면서 “대기순환만으로 냉각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총 3개의 냉각시스템으로 구성돼 있는 영변 원자로는 1차 이산화탄소 냉각, 2차 수조 냉각의 경우 폐쇄형이고, 강물을 끌어다 쓰는 3차 냉각은 개방형 시스템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1986년에 처음 가동한 영변 원자로는 오래된 흑연감속로를 재사용하는 구식 마그네슘 기법을 사용하고 있어 화재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 왔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