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빅뱅이 있었듯이, 미국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연구센터가 이룩한 획기적인 연구 성과의 시발점에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있다. 1916년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이후 수많은 학자가 지난 100여 년 동안 우주의 신비를 규명하기 위해 노력해온 결과가 바로 17일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연구센터가 이룩한 ‘중력파(gravitational wave)’ 입증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중력의 정체를 ‘시간과 공간이 일체가 되어 이루는 시공간(spacetime)의 뒤틀림’으로 파악하는 관점에서 일반상대성이론을 만들었다.

물론 아인슈타인에게도 오류는 있었다. 아인슈타인은 이른바 ‘정적 우주론’을 주장했지만, 1930년 영국 천체물리학자 아서 에딩턴이 반론을 제기했으며, 1965년 미국 벨연구소 소속 학자인 아르노 펜지어스와 로버트 윌슨이 안테나로 초단파 잡음을 포착하면서 이른바 ‘우주 배경 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 Radiation·CMBR)’ 개념을 제시해 ‘빅뱅 이론’이 정설로 자리 잡게 됐다. 두 사람은 이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1978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인류가 우주의 신비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은 1980년 앨런 구스 미 매사추세츠공대 교수가 발표한 ‘인플레이션 우주’ 이론이었다. ‘인플레이션 우주’란 빅뱅이 발생한 후 찰나의 순간에 우주가 급팽창했다는 개념이다. 이를 발전시켜 1983년 안드레이 린데 스탠퍼드대 교수와 마크 카미온코프스키 존스홉킨스대 교수가 ‘카오스 인플레이션’ 이론을 제시했다.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연구센터의 연구를 이끌어온 존 코백 교수는 평생 동안 ‘중력파’를 규명해온 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2002년 그는 ‘우주 배경 복사’에 관한 중요한 논문을 발표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으며, 관측장비인 ‘바이셉2(BICEP2)’를 개발한 4명의 학자 중 1명이기도 하다. 그는 이 장비가 설치된 남극에 23번이나 머물면서 숱한 실패 끝에 연구팀과 함께 이번 연구 성과를 이끌어 낸 것으로 알려졌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