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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연세대 교수, 한국경제학회 회장

부동산 정책은 박근혜정부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정책이다. 실제로 역대 정부의 평가는 부동산 정책을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따라 엇갈린다. 김대중정부는 집권 말이던 2002년,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재건축을 허용하는 부동산 부양정책을 사용했다. 그 결과 부동산 경기는 부양됐지만 우리 경제는 양극화가 진전됐고 부동산 버블이 만들어지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동안 정부는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취득세를 내리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폐지했다. 지나치게 높았던 부동산 거래 비용을 낮춰 거래를 활성화시킨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정책이었다. 또 최근에는 초과이익 환수제와 소형평수 의무제 등 재건축 규제를 완화했으며, 대출 규제인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도 완화를 검토 중이다. 재건축과 대출 규제가 완화될 경우 강남을 중심으로 주택경기가 활성화하고 그 훈풍이 수도권으로 확산될 수 있다. 또한 주택 매입 수요가 늘어나 전세가격도 안정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부작용도 경계해야 한다.

첫째, 부동산 투기가 되살아나 부동산 버블이 다시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재건축 규제 완화는 막대한 이윤의 기회가 발생하기 때문에 투기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여기에 대출 규제까지 완화할 경우 재건축 아파트의 투기 수요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으며 다른 수도권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 경기가 침체되고 일자리가 부족해 소득이 줄어든 지금 투기에 의한 가격 상승은 부동산 버블을 만들 수 있다.

둘째, 가계부채의 증가와 양극화 심화도 우려된다. 우리의 가계부채는 1000조 원을 넘어서 이미 위험선에 이르러 있다. 가계부채는 부동산 매입으로 인한 부채와 생계형 부채로 나뉜다. 과거에는 부동산 대출로 인해 부채가 늘어났으나 최근에는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생계형 부채가 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건축과 대출 규제를 동시에 완화할 경우 부동산 투기를 위한 대출까지 늘어나면서 가계부채가 더욱 증가할 것이 우려된다. 또한 재건축이 강남 지역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양극화가 확대되면서 사회 문제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

셋째, 금리를 높여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 경제는 지금 경기는 침체 국면에 들어가 있고 물가는 안정돼 있다. 비록 미국이 금리를 높이는 출구전략을 시행해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 내수를 부양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일본의 아베노믹스로 인해 엔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어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저금리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재건축과 대출에 대한 규제 완화로 부동산 버블이 만들어지면 지금과 같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금리를 높일 경우 가계부채의 금리 부담이 늘어나면서 가계부채의 부실화가 가속화할 수 있다. 또한 금리 인상으로 기업 투자가 줄어들면서 경기침체가 지속될 수 있으며 자본 유입으로 환율도 하락할 수 있다. 일본 엔화의 가치 하락에 비해 원화가 평가절상될 경우 수출 감소와 경상수지 악화로 위기가 염려된다.

이렇게 보면 취득세 인하와 양도세 중과세 폐지와 같이 거래비용을 줄이는 부동산 정책은 바람직하지만 부동산 정책의 아킬레스건인 재건축과 대출규제 완화를 동시에 시행하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경기는 취득세나 양도세와 같은 미시적 요인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지만 경기나 금리와 같은 거시적 요인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취득세를 내리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폐지해서 미시적 정책 수단을 이미 사용한 지금 부동산 경기가 부양되기 위해서는 거시적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

정부가 추가로 사용할 수 있는 미시적 정책 수단은 수도권과 직장이 있는 도심 간에 급행지하철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교통난이 해소되면서 수도권의 주택 수요를 늘려서 미분양을 해소시킬 수 있고 전세가격 또한 안정시킬 수 있다. 서민들을 위해 저렴한 가격으로 필수재인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과거와 같이 주택만 지어 놓고 교통망은 구축하지 않는 주택정책은 바뀌어야 한다. 이제는 선진국과 같이 주택과 교통을 결합해서 공급하는 방법으로 부동산 정책을 재수립해야 할 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