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주 일본 연주회에 이어 서울서 발표무대를 갖는 박규희 씨는 클래식기타의 매력으로 “달콤하게 속삭이듯 따뜻하면서도 다채로운 음색”을 지목했다. ⓒMitsuo Shindo/DENON

2012년 스페인 알람브라콩쿠르 등 유명 기타콩쿠르에서 1위를 휩쓴 클래식기타리스트 박규희(29·빈국립음대 재학) 씨가 국내에 본격 데뷔한다. 오스트리아 빈을 중심으로 유럽·일본에서 활동해온 박 씨의 기타독주회가 20일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열린다. 파야 타레가 등 스페인 음악가의 기타곡을 모은 ‘스페인여행’과 파라과이의 바리오스 등 남미 음악가의 기타곡을 수록한 ‘최후의 트레몰로’ 등 앨범 2장도 국내서 처음 선보인다.

“기타라면 통기타를 떠올리는 한국과 달리 유럽과 일본에서 클래식기타는 대중적인 현악기입니다. 오케스트라 악기는 아니라도 음대서 클래식기타 전공자도 첼로 이상 많고 연주회도 활발합니다.”

지난 17일 내한한 박 씨는 “일본에선 후쿠다 신이치(福田進一)-무라지 가오리(村治佳織) 같은 스타연주자를 중심으로 클래식기타 연주회가 큰 인기”라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클래식기타가 덜 알려져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는 2010년 일본 데뷔공연 이후 여름방학 때마다 일본 각지에서 독주회가 잇따르는 ‘클래식기타 한류’의 주역이다. NHK TV서 그의 연주실황을 방영하고, 라디오 토크쇼프로그램에도 출연하는 등 일본선 미모의 기타리스트 무라지 가오리와 더불어 인기가 높다.

“국내서 마이너악기로 여기는 클래식기타를 널리 알리기 위해 기타콩쿠르에 자꾸 도전했어요. 콩쿠르 수상으로 연주력을 인정받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기타, 기타음악에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요.”

서울 예원학교와 일본 도쿄(東京)음대를 거쳐 빈국립음대에서 알바로 피에리를 사사한 그는 2007년 독일 하인스베르크콩쿠르 1위를 시작으로 숱한 기타콩쿠르에서 1위를 거머쥐었다. 2008년 벨기에 프랭탕콩쿠르, 2009년 리히텐슈타인 리가콩쿠르, 2010년 이탈리아 어거스틴바리오스콩쿠르 및 2012년 알람브라콩쿠르에선 1위와 청중상을 받았다.

“활 없이 두 손으로 연주하는 기타는 소리가 사람 목소리의 데시벨과 가까워요. 오래 들어도 부담스럽지 않고, 소리는 작아도 무한대의 음색이 가능합니다.”

‘로망스’를 비롯해 로드리고의 ‘아란후에스협주곡’, 타레가의 ‘알람브라궁전의 추억’ 등 기타명곡은 대부분 따뜻하고 달콤하게 속삭이는 듯한 분위기. 그러나 박 씨는 “클래식기타곡에 따라선 기타로 이런 소리가 가능하냐고 놀랄 만큼 기타의 음색이 까칠하고 재미있게, 또 날카롭고 거칠게 다양하다”고 소개했다.

20일 금호아트홀 독주회서도 맑고 포근한 곡뿐 아니라 정열적인 알베니즈의 ‘스페인모음곡 1번’ 중 ‘전설’, 거칠고 강한 불협화음이 이어지는 지나스테라의 ‘기타소나타’ 등을 연주한다. 그는 “건반악기와 류트의 곡을 편곡한 18세기 스카를라티와 바흐의 바로크시대 곡부터 파라과이 출신 기타리스트 바리오스 망고레의 ‘최후의 트레몰로’ 등 20세기 현대곡까지, 다채로운 레퍼토리로 기타의 풍부한 음색을 즐겨보라”고 말했다.

“클래식기타는 쉽게 시작하지만 제대로 연주하기는 굉장히 힘들어요. 두 손을 현에서 떼는 순간 음이 끊기거든요. 연주과정에서 생기는 잡음의 컨트롤도 어렵지요. 실수가 많은 악기로 호른과 더불어 상위에 올라 있습니다. 저 역시 실수를 최소화하려 노력하지만, 세계적 거장도 실수 없는 완벽한 연주는 어렵습니다.”

박 씨는 영·유아기를 보낸 일본 요코하마(橫濱)에서 클래식기타를 배우던 어머니를 따라 3세 때 처음 기타를 잡았다. 150㎝ 작은 체구의 그는 “어려서 기타를 시작한 덕분에 손이 유연하게 벌어져 연주에 큰 어려움이 없다. 다만 손가락 면적이 좁아 남보다 두세 배 세게 조심해 눌러야 소리가 제대로 난다”고 웃었다. 또한 “콩쿠르 때마다 늘 떨고 자신이 없었다”며 “작은 손으로 화려하게 신기한 기교를 발휘하는 연주가 어렵기도 하지만, 난곡보다 내 자신이 감동받는 아름다운 곡으로 심사위원과 관객의 공감을 얻은 것 같다”고 자평했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