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업 육성 외치면서… 등록규제만 433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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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수립과 함께 보건의료·교육·관광·금융·소프트웨어 등 5대 서비스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성장잠재력이 큰 서비스업종을 경제성장의 중심축으로 설정한 것이다. 서비스업 육성에 대한 의지가 실현되려면 규제혁신이 선행돼야 한다. 지난 정부부터 서비스산업 육성이 강조돼 왔지만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규제혁신이 미진했기 때문이다. 문화일보는 서비스산업 발전의 실질적인 정책변화를 견인하기 위해 각 분야별 규제혁신의 과제를 8회에 걸쳐 심층 분석한다.

‘규제혁신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내건 정부에서 서비스업 규제완화는 일종의 ‘승부수’다. 고용 없는 저성장 기조를 벗어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탈출구가 서비스산업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산업연관표에 따르면 생산유발과 취업유발 효과에서 서비스산업은 단연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2011년 기준으로 서비스산업은 최종수요 10억 원당 10.8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했지만, 제조업은 6.3명에 그쳤다. 지난 2004∼2011년 기간 국내 고용창출은 모두 서비스산업의 고용증대(205만4000명)에 기인한 것이었다. 이와 함께 2012년 기준 국내 서비스산업의 실질부가가치액은 570조7810억 원으로,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57.4%에 달했다. 고용률 증대도, 경제성장도 모두 서비스업의 육성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은 “서비스산업의 시장 확대를 통한 부가가치 증대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핵심”이라며 “법률에 명시된 규제뿐 아니라 시행령이나 지방 조례로 위임된 규제도 서비스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전향적인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경연은 각종 규제 완화를 통해 서비스산업의 혁신이 이뤄질 경우 의료·교육·법률·콘텐츠산업 등 주요 서비스업종에서 2020년까지 약 34만8000개의 추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국내 서비스산업의 발전을 위한 제도환경은 열악하다. 바로 규제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분석한 규제개혁위원회에 등록된 규제 현황(2월 현재)을 보면 서비스산업의 등록규제 수는 제조업의 약 4배에 이른다.

총 7700개의 등록규제(주된규제) 중 사업자 공통 규제를 포함하면 제조업은 1073개, 서비스업은 4336개다. 공통규제를 제외할 경우, 제조업에만 적용되는 규제는 338개, 서비스산업은 3601개로 서비스산업 규제 건수가 제조업의 10배를 넘는다. 전체 서비스산업 규제 중에 정부가 집중육성할 계획인 5대 서비스산업에 대한 규제는 47.6%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경련 관계자는 “지난 수년간 20여 차례에 걸친 서비스산업 육성대책들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주요 이유는 사회갈등 등으로 규제완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기업 현장까지 정책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과감한 규제혁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5대 서비스산업 중에서도 의료서비스산업, 복합관광개발의 마이스(MICE)산업, 항공기 수리산업(MRO), 유통·물류산업, 스마트카·튜닝산업 등에서 일자리 창출과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들 부문에서는 산업 간 융복합이 활발히 진행돼야 하는데도, 진입규제가 많아 시장의 확대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기술 발달로 융합제품 및 서비스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반면, 관련 법령이나 기준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오히려 장애가 되는 사례도 빈발하고 있다.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해도 규제에 묶여 상업화가 늦어지거나 사장돼버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중소기업은 착용만으로 심박 수와 혈압 등을 측정할 수 있는 헬스케어 의류를 개발했으나 일반 의료제품인지 의료(보조)기기인지 명확한 분류 기준이 없어 판매와 품질보증기준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혈당측정과 투약관리 등 의료서비스가 가능한 ‘당뇨폰’도 의약법상 의료기기로 분류돼 각종 인·허가에 대한 부담으로 사업화가 지연되고 있다.

심지어 화재진압, 폭탄처리 등을 하는 소방작업용 로봇이 개발됐지만, 소방장비관리규칙상 소방관서가 보유할 수 있는 장비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아 일선 소방서에서 구입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오승훈 기자 osh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