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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한국 경제 성장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어요. 파격적인 규제 개혁을 통해 서비스산업 투자와 육성 환경 조성을 서둘러야 합니다.”

오는 3월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으로 복귀하는 최병일(사진) 한국경제연구원장은 13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서비스산업 발전 방안을 속사포 쏘듯 쏟아냈다. 평소 서비스산업의 폭발적인 발전을 위한 패러다임 전환 중요성을 역설해 ‘서비스 빅뱅’ 전도사로 정평이 난 그였기에 현재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에 대한 진단과 발전 방안이 쉼 없이 터져나왔다. 그는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정부가 규제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 원장은 “정부 자금 지원이나 세제, 제도 등 파격적인 규제 개혁을 통해 서비스산업에 대한 투자 및 육성 환경을 빠른 시일 내에 적극적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를 철폐하고,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자율적인 경쟁에 노출시켜 서비스산업 경쟁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 추진 의지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원장은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정책 추진 과정에서 봉착하는 반발을 때로는 설득하고, 때로는 정면 돌파하는 정치력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명박정부 때 상비약 편의점 판매를 두고 사회적으로 첨예한 갈등을 빚을 당시 정치 논리에 휩싸여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던 일을 예로 들었다.

서비스산업이 산업구조를 획기적으로 탈바꿈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최 원장은 “우리나라 제조업은 꾸준히 성장하는데 국내 시장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산업은 내수 부진에 가로막혀 있다”면서 “일자리 규모는 70%를 차지하는 서비스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 공헌하는 정도는 60%에 못 미친다는 것은 그만큼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급여 수준이 떨어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최 원장은 이어 “서비스업에 투자가 활성화되고 생산성이 증대되면 수입을 대체하고 수출 산업화할 수 있다”면서 “투자욕구를 서비스업으로 이끌어내면 내수가 개선되고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비스산업에 대한 인식 부재도 지적했다. 최 원장은 “그동안 교육이나 의료, 교통을 산업을 생각하지 않고 공공성 영역에 가둬뒀기 때문에 혁신이나 경쟁, 개방이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금융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금융회사’에 다닌다고도 하지 않고 ‘금융기관’에 다닌다고 할 정도로 공공성 안에 매몰돼 산업적인 인식이 부족했던 것이 서비스산업 발전을 더디게 했다”고 진단했다.

정치 논리에 치중하는 정치권도 서비스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데 한몫했다고 비판했다. 최 원장은 “정치권은 골목 상권으로 침범하는 사람들은 악당이라는 식으로 선과 악, 약자와 강자 구도로 서비스산업을 이해하면서 서비스산업 발전 기회를 앗아갔다”면서 “정치권은 서비스산업 발전이 특정인의 배를 불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일이란 점을 깨닫고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원장은 박근혜정부가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한 육성책 가동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역대 정부 모두 서비스산업 발전을 추진했으나 제대로 된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면서 “이번에도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서비스산업 발전 기틀 마련이 힘들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석범 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