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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독일이 디젤 기술을, 일본이 하이브리드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면 수소연료전지 기술의 으뜸은 대한민국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난 1월 29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마북동 현대자동차 환경기술연구소에서 만난 김성균 연료전지개발팀 책임연구원은 수소연료전지차(FCEV) 기술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김 연구원은 “수십년 전부터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연구해온 미국과 일본에 비하면 후발주자이지만 세계 최초로 FCEV를 양산한 기업은 현대차”라며 “향후 FCEV 시장은 한국이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FCEV 양산에 성공했다. 미국의 GM과 일본 토요타자동차가 이미 수십년 전부터 관련 기술을 연구해 왔지만 양산에 성공한 업체는 현대차가 유일하다.

FCEV는 차량에 주입된 수소가 공기 중 산소와 결합해 발생시킨 전기를 동력으로 삼는 자동차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물의 전기분해(수소+산소) 특성을 역이용한 방식이다. 차량에 공급하는 수소는 주로 석유화학단지에서 쓰고 남은 부생 수소를 사용한다. 이날 방문한 연구소 1층 로비 전시장에는 지난 10여 년간 현대차그룹이 FCEV 양산을 위해 달려온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연구소 설립 초기 현대차가 1세대 FCEV 개발에 뛰어들었을 때만 해도 업계에선 현대차를 주목하지 않았다. FCEV 한 대를 생산하는 데 수십억 원이 들고, 관련 부품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할 정도로 현대차의 연료전지 기술이 걸음마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하비’를 기반으로 한 2세대 모델을 거치면서 현대차의 기술력은 크게 향상됐다. 3세대 모델부터는 연료전지 스택, 수소 공급시스템 등 기존의 복잡했던 장치들이 점차 간소화되면서 양산형 모델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국내 중소업체들과 협업을 통해 10여 년 만에 차량 가격을 1억 원대로 낮추는 데도 성공했다.

현대차는 수소연료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 충돌 테스트는 물론 총격실험 등 일반 차량 이상의 안전성 검증을 실시했다.

검증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국 전문업체와 국내 공식 인증기관을 통해 1차 검증을 하고 이후 자체 검증도 실시했다. 연구소 한 관계자는 “FCEV 양산의 관건은 수소연료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을 없애는 일”이라면서 “단 한 번이라도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소비자들은 FCEV를 외면하게 될 것”이라며 안전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날 연구소 탐방을 마치고 연구소 인근 도로에서 ‘투산 FCEV’를 직접 시승해 봤다. 차에 탑승해 시동 버튼을 눌렀지만 차량에선 그 어떤 엔진음이나 소음도 들리지 않았다. FCEV의 첫인상은 전기차를 처음 탔을 때와 매우 흡사했다. 빠른 반응 속도와 높은 토크도 전기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속 성능은 일반 가솔린 모델에 비해 전혀 뒤처지지 않았다. 다만 자체 소음이 워낙 없다보니 바깥 소음이나 옆 차량의 엔진음이 다소 거슬리기도 했다. 주행을 마치고 차량의 뒤쪽을 살폈다. 가솔린 차량이라면 열기 때문에 손댈 엄두도 못낼 배기구에 맑은 물이 고여 있었다. 산소 결합을 통해 전기를 생산한 후 바깥으로 배출된 물이었다. 동승한 연구원은 “과다 섭취만 하지 않는다면 먹어도 될 정도로 깨끗한 물”이라면서 “FCEV가 진정한 친환경 차임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친환경 자동차의 치명적 약점으로 꼽히는 ‘주행 가능거리’ 문제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이날 시승한 투산 FCEV의 1회 주행 가능거리는 500㎞ 수준으로 전기차의 약 4배에 달했다. 현대차는 이미 3세대 모델인 투산 FCEV를 이용해 22만4000㎞의 주행시험을 마쳤다.

김 연구원은 “충전 인프라와 기술력만 뒷받침해 준다면 앞으로 수년 안에 FCEV가 차세대 자동차 시장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흥 = 강승현 기자 byhu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