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은행이 핵협상 타결로 해제된 이란의 대외 교역 대금 및 해외 동결자산 결제 은행으로 선정됐다.

AFP통신은 이란 현지 언론보도를 인용, 지난 20일부터 가동된 대이란 경제제재 완화 조치에 따라 허용된 식료품 및 의약품 수입 대금과 석유 수출 대금의 결제은행으로 한국, 일본, 스위스 은행이 선정됐다고 28일 보도했다. 이란과 주요 6개국(P5+1)은 기존의 대이란 금융거래 금지조치는 그대로 유지하되, 이란 정부가 6개월 잠정 해제기간 동안 이용할 수 있는 대외 결제 창구를 마련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핵협상 실무자인 압바스 아락치 외교차관은 28일 현지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제네바 합의에 따라 수출입 대금을 결제하기 위한 금융 메커니즘을 마련했다”며 “한국, 일본, 스위스 은행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은행들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의 대이란 원화 결제 은행은 현재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이다.

아락치 차관은 한국을 포함한 3개국 은행들을 통해 결제될 식료품, 의약품, 의료장비 대금 규모를 180억 달러(약 19조4000억 원)로 추산했다. 식품과 의료 분야는 그 자체가 서방의 제재 대상은 아니었지만, 지난 2008년 국제사회의 금융거래 금지조치로 인해 대금 결제 창구가 막히면서 그동안 이란 국민들은 생필품 부족에 시달려 왔다.

원유 분야에서는 150억 달러 규모의 수출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 제품 수출도 종전의 연간 80억 달러에서 200억 달러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아락치 차관은 전망했다. 이번에 해제된 해외자산 42억 달러의 운용도 3국 은행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AFP통신은 지적했다.

핵협상 타결을 계기로 경제회생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란 정부는 한국과의 경제협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27일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테헤란에서 강창희 국회의장을 접겹하고, “서방국가들이 많이 몰려오고 있는데 이란의 오랜 친구인 한국 기업들이 석유개발, 건설, 조선 등 분야에 보다 이른 시일 내 진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남북 간의 어려운 문제 해결을 위해 이란이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