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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굴젓은 충남 서해안 지역에서 나오는 대표적인 겨울철 밑반찬이다. 어리굴젓은 생굴의 쩍(굴껍데기 부스러기)을 따고 물에 잠깐 헹군 다음 소금을 짜지 않게 뿌려서 삭으려 할 때 고춧가루나 마늘, 생강 등의 양념에 버무려 담근 것을 말한다.

‘어리굴젓’이란 말은 소금 간을 덜하여 덜 짜게 담근 덜된, 모자람의 뜻을 가진 ‘얼저린 굴젓’에서 온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매운 고춧가루를 넣어 먹으면 ‘혓바닥이 얼얼하다, 얼큰하다’는 맛의 표현에서 나왔다는 주장도 있다.

어리굴젓의 유래를 말하며 먼저 조선 태조의 스승인 무학대사(無學大師·1327∼1405)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무학대사는 간월도에서 수도할 때 태조에게 어리굴젓을 진상품으로 올렸다고 한다. 이에 근거해 볼 때 최소한 60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미식가였던 허균(1569∼1618) 역시 어리굴젓 맛을 보고 극찬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요즘 어리굴젓에는 매운 고춧가루가 들어가지만 600여 년 전의 조선 태조 때는 고추가 이용되지 않았던 만큼 소금에 절여서 삭힌 굴젓 정도였을 것이다.

농촌진흥청에서 향토음식으로 제시한 어리굴젓 만드는 법에 따르면, 알이 작고 싱싱한 굴을 소금물에 흔들어 씻어 채반에 건져 물기를 빼고 무, 배는 껍질을 벗겨서 일정하게 썬다. 그리고 준비된 무와 배에 고춧가루를 넣어 색이 들게 버무린 후 굴, 채 썬 대파, 마늘, 생강, 소금을 넣어 버무린다. 이어서 작은 항아리나 용기에 담고 서늘한 곳에 2∼3일 두었다가 먹기 시작하는데 10일을 넘기지 않아야 한다.

전통음식연구가인 고 강인희(1919∼2001) 교수는 어리굴젓을 만들 때 찹쌀 풀을 쑤었다. 찹쌀 풀은 찰밥을 분마기에 넣고 갈다가 고운 고춧가루를 빨갛게 넣고 다시 갈아 되직한 죽으로 만든 것이다. 찹쌀 풀을 넣어 어리굴젓을 담그면 굴 모양새가 흐트러지지 않고 겉물이 돌지 않아 맛이 더욱 좋다고 한다.

어리굴젓하면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를 주요 산지로 꼽는데 이는 굴의 품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간월도 일대는 조수간만의 차가 커 채취한 굴의 알은 작지만 고소하다. 남해안산 굴의 절반 크기인 2∼3㎝로 속살이 단단하고 오돌오돌하며 손으로 누르면 탄력이 있으며 향도 강하다. 현지인들은 가장자리의 검은 테가 선명할수록 좋은 굴이라고 한다.

어리굴젓에는 뼈에 도움이 되는 칼슘, 조혈작용을 하는 철분과 혈압 조절에 도움이 되는 칼륨 등의 무기질과 단백질이 풍부하다.

공주대학교 명예교수, 전 한국가정과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