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은 우리 몸의 양쪽 옆구리 등쪽 갈비뼈 아래에 하나씩 있다. 크기는 성인의 주먹만 하며 강낭콩 모양에 팥 색깔을 띠고 있어 콩팥으로도 불린다.

이렇게 조그마한 장기임에도 불구하고 심장으로부터 박출되는 혈액량(심박출량)의 20∼25%가량이 신장으로 공급된다. 신장이 얼마나 중요한 장기인지는 단위 중량으로 볼 때 뇌나 간보다 많은 혈액을 공급받는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신장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체내환경(내부환경)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신장은 사구체(絲毬體)라는 모세혈관을 통해 혈액에서 노폐물을 제거하고 몸 안의 수분량과 전해질 농도를 적절하게 유지해준다. 정상인 신장에서는 이런 여러 가지 기능들이 밤낮으로 쉬지 않고 이뤄지고 있다.

신부전이란 사구체가 손상돼 신장이 그 같은 기능을 상실한 상태를 말한다. 신장에서 만들어지는 소변량이 점차 감소하고 심지어는 완전히 만들어지지 않게 된다. 이에 따라 몸 안에 수분이 축적되면 울혈심부전증 상태와 같이 폐에 물이 차서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고, 노폐물이 몸 안에 축적돼 심장이나 뇌 기능을 훼손할 수도 있다.

급성과 만성이 있는데 신부전하면 일반적으로 신장의 기능상실이 오랜 시간을 두고 진행돼온 만성신부전을 의미한다. 급성신부전은 신장 외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 급격한 수분 손실, 출혈이나 심장마비로 혈압이 갑자기 떨어지거나 신장의 혈액공급이 중단되어 혈류감소로 그 기능이 위축된 상태를 말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만성신부전증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006년 8만5141명에서 2010년 11만6762명으로 대폭 늘었다. 이는 국내에 서구형 식생활 등으로 대사증후군 환자가 늘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만성신부전의 주요 원인으로는 당뇨병이 50% 정도로 가장 많고 다음이 고혈압과 사구체신염이다.

당뇨성 만성신부전은 말기신부전증으로의 진행이 빠르고, 망막, 신경, 심장 및 뇌혈관질환 등의 당뇨합병증 등과 잘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또 고혈압과 신장질환은 닭과 달걀의 관계다. 고혈압이 치료되지 않으면 만성신부전 같은 신장질환이 발생하고, 신장질환이 있으면 고혈압이 나타난다. 한편 만성신부전의 또 다른 위험인자인 사구체신염은 세균감염에 의해 발생하고 혈뇨, 단백뇨가 주요 증세다.

만성신부전은 초기에는 고혈압이나 얼굴이 붓는 부종, 소변 때문에 잠이 깨는 야뇨증, 빈혈 등 외에는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만성신부전 환자의 90% 이상에서 고혈압이 나타나는 만큼 고혈압 환자는 처음 진단 시 신장기능 검사를 받아야 한다.

만성신부전의 예방에는 조기진단이 필수다. 혈압 체크, 신기능 검사(크레아티닌), 소변 검사 (단백뇨) 및 혈당 검사 등이 필요하며, 이러한 검사들은 대부분의 건강진단에 포함돼 있다.

만성신부전의 치료에는 보존적 치료, 투석요법, 이식 등이 있다. 보존적 치료는 투석이나 이식 전까지의 치료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신장은 60% 이하로 손상되면 남은 신장이 무리를 하게 되어 계속 악화된다. 따라서 진단받은 후 열심히 치료해도 신장의 기능이 호전되기는 어렵다. 따라서 치료의 목적은 신장 기능 저하의 속도를 늦추고,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다.

만성신부전이 악화되어 신장 기능이 10% 이하로 감소되면 투석이나 이식 같은 ‘신대체치료’를 해야 하며 이런 상태를 말기신부전이라고 부른다. 투석에는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이 있으며 대략 80%는 혈액투석을, 20%는 복막투석을 시행하고 있다.

혈액투석은 투석기(인공신장기)를 이용해 체내에 있는 혈액을 빼낸 뒤 혈액 속의 노폐물이나 과도한 수분을 제거하고, 걸러져 깨끗해진 피를 다시 몸속으로 넣어주는 것을 말한다. ＜도움말 = 김순배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신장내과 교수＞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