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치러진 방글라데시 총선에서 집권당인 아와미리그(AL)가 전체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며 압승했다. 야당의 불참과 유혈사태 속에서도 일방적으로 총선이 강행된 것에 대해 야권이 총파업으로 맞서며 정치적 혼란이 깊어지고 있다.

6일 로이터에 따르면, 총 300개 선거구 가운데 153개 선거구에 야당 후보가 불참하면서 단독 입후보한 AL과 그 연립정당들이 자동 당선됐다. 선거가 치러진 147개 선거구에서도 현재까지 AL이 105석을 확보, 총 232석을 싹쓸이했으며, 나머지 의석 또한 자티야당(JP)과 방글라데시노동당(WP) 등 AL의 연립정당이 차지했다. 애초 21개 야당이 투표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선거의 의미가 없었던 터라, 투표율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선거 당일 방글라데시에서는 야권의 반발을 진압하는 경찰의 총격으로 총 18명이 사망하고 300여 명이 다쳤다. 야당 측은 투표 전날인 4일에도 100여 개 투표소에 방화를 하고 선거관리요원을 살해하는 등 유혈사태가 이어져왔다. 선거 유세가 진행됐던 지난 두 달간에도 220여 명이 사망했다. 데일리스타는 이번 선거를 ‘역사상 최악의 유혈선거’로 규정하며 여당이 속 빈 승리를 거뒀다고 비판했다.

야권은 6일 오후 6시부터 8일까지 총파업을 선언하고 나섰다. 최대 야당인 방글라데시국민당(BNP)은 이번 총선의 전면 무효화를 주장하고 있다. 칼레다 지아(69) BNP 대표는 “우리는 조롱거리로 전락한 이번 선거의 결과를 부정한다”며 “이번 선거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우습기 짝이 없으며 세계적으로도 수용할 수 없는 선거였다”고 규정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 또한 이번 방글라데시 총선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글라데시는 파키스탄으로부터 독립한 뒤 정치적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1975년 군부 쿠데타 당시, BNP를 이끌고 있는 지아 대표는 쿠데타를 주도한 지아우르 라만 전 대통령의 부인이었으며, 셰이크 하시나(67) 현 총리는 쿠데타로 암살당한 셰이크 무지부르 라만 초대 대통령의 딸이었다. 지아 BNP 대표가 정권을 잡았던 1996년과 2009년 총선을 앞둔 시기에는 당시 야당 지도자였던 하시나 현 총리가 총파업을 선언하며 지금과 똑같은 반정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