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 개정으로 2조3000억 원의 신규투자가 가능해진 가운데, 국내 경기활성화를 위해 외국인의 직접투자 규제를 더욱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정치권에선 이를 놓고 ‘대기업 특혜’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번 개정안 처리를 계기로 외국인 투자규제에 대한 전향적인 정책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해외투자는 매년 급증하는 추세인 반면, 지난해 외국인직접투자(FDI)는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이 같은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6일 재계에 따르면 현행 외촉법은 국가 고유기능과 기간산업 보호 등을 위해 공공행정·외무·국방·입법 및 사법기관·교육 등 60개 업종에 대해 외국인투자를 불허하는 ‘제외업종’으로 정하고 있다. 식량·원자력·항공운송·방송 등은 외국인투자는 가능하지만 투자지분에 제한을 두는 ‘제한업종’으로 일률 규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용창출효과가 높은 금융서비스, 교육, 의료, 법률, 관광 등 서비스산업 부문에서의 추가적인 규제완화를 주문하고 있다. 권종호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외국인의 국내 투자촉진을 위해 규제를 선진국 수준으로 완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행 외국인투자 절차와 관리의 규제장벽도 여전히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절차에는 내국인에 비해 신고-투자자금 송금-법인설립 등기 및 사업자 등록-외국인투자기업 등록 등의 단계가 추가된다. 여기서 벌어지는 갖가지 제약과 규제가 1차적인 문제다. 코트라 관계자는 “외촉법은 당초 취지와 달리 외국인투자 촉진이 아니라 규제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외국 기업들의 민원 제기가 점점 늘고 있다. 외국기업의 국내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코트라가 설립한 인베스트 코리아에 매년 접수되는 애로만 320건이 넘는다. 1999년부터 2012년까지 총 4166건에 달했다. 공장입지, 관세·무역, 비자발급, 투자인센티브, 조세 등 분야도 다양했다. 이는 외국인들의 국내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들이다.

실제로 2013년 11월까지 FDI(이하 도착기준)는 71억9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88억2000만 달러보다 18.5%나 감소했다. 2013년 말까지는 82억∼84억 달러로 예상돼 글로벌 금융위기가 이어진 2009년 이후 4년 만에 첫 FDI의 감소를 기록할 전망이다.

FDI는 지난 2003년 51억 달러였으나 2012년 106억9000만 달러에 이르러 2배로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해외직접투자는 47억 달러에서 231억6000만 달러로 늘어나 4.9배 급증했다. 2012년 해외직접투자는 FDI의 2.2배 수준이다. 그만큼 해외로 나가는 투자가 국내로 들어오는 것보다 월등히 많아 국내 산업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오승훈 기자 osh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