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투자를 놓고 해당 지역주민들은 두 손을 들어 반기는데도 정치권이 ‘대기업 특혜’라며 반대하는 바람에 규제 완화가 정치논리에 휘둘리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 점에서 지난 연말 국회 기능을 일시 멈추게 했던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의 처리와 SK하이닉스의 경기 이천공장 증설 승인 과정이 닮은꼴이다.

6일 경기도와 재계에 따르면 이천시는 지난해 12월 24일 지난 2006년부터 공장 폐수의 구리 성분 등을 문제 삼아 허용하지 않았던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을 승인했다. 오염 총량을 낮춘다는 단서를 달아 노후시설 교체를 허용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이 공장에 오는 2021년까지 약 15조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는 조병돈 이천시장이 “오랜 숙원사업이었다”고 밝힐 정도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 시민단체 등이 앞장서 추진해온 것이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의 또 다른 생산거점인 청주공장이 위치한 충북도의회와 비수도권 자치단체들은 “정부가 수도권 규제 완화에만 열을 올려 특정 기업을 위해 원칙을 무너뜨렸다”면서 “이로 인해 비수도권 전체가 황폐화될 것”이라고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SK하이닉스 측은 “이번 이천공장 증설은 수도권 규제 완화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2008년 최첨단으로 준공한 청주공장은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주력 생산기지이고, 이천공장은 D램 주력 생산기지”라며 “이천공장은 지난 1997년 세워진 이후 구형 D램 공장을 개조해 현재까지 사용 중이어서 노후화된 기존 설비를 대체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전혀 다른 제품의 생산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진행되는 투자를 놓고 비수도권 차별, 대기업 특혜 등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억지 논리”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청주공장에 대해서도 “2006년 이후 6조8000억 원이 투자됐으며, 앞으로도 해마다 1조 원 이상의 투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외촉법도 통과될 경우 파라자일렌(PX)을 생산하는 SK종합화학의 울산공장과 GS칼텍스의 여수공장 등이 추진돼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됐는데도 야당에서 ‘대기업 특혜’로 낙인 찍어 다른 쟁점법안들을 연계 처리하는 데 활용하는 바람에 지난해 12월 31일 본회의 처리과정에서 파란을 겪었다.

오승훈 기자 osh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