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3일 북한이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힌 데 대해 “진정성은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평가절하 했다.

통일부가 이날 이례적으로 입장 발표 형식으로 “(북의 유화 제스처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고 밝힌 것은 향후 북한이 진정성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믿을 수 없다는 의미다. 외교·안보부처 장관들도 한목소리로 남북관계 개선에 신중한 평가를 쏟아냈다. 3개 부처 장관들의 장황한 설명은 북한의 이중적 태도 뒤에 숨어 있는 노림수를 경계한다는 말로 요약된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남한에 사실 뭘 제의했다고 해석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화전(和戰) 양면 전술 가능성”을 지적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장성택 처형이 북한의 향후 도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장관은 “북한이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언급했지만 화전 양면 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2일 한 조찬모임)며 군에 철저한 대비태세를 주문했다. 군 관계자는 “김 장관의 언급은 과거 북한이 남북관계가 불리할 때마다 유화책으로 나오다가, 뜻대로 상황이 전개되지 않으면 도발을 감행한 전례를 감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지휘서신에서도 “한반도 안보상황이 불안정한 북한정세로 인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불확실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밝혔다.

류 장관은 “객관적으로 북한이 처한 여러 상황과 조건을 감안할 때 북한 내부에 잠재적으로 불안정 요소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정세의 불확실성과 유동성이 심화되고 있으며 김정은 체제는 물론 남북관계와 북핵문제, 주변국들과의 관계에 미칠 영향에 고도의 주의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