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방하남(왼쪽에서 여섯번째) 고용노동부 장관이 25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1000번째 사회적기업 ㈜나눔스토어를 방문해 나눔 쌀·연탄을 기부하고, 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착한 기업, 사회적기업이 대한민국 곳곳에서 싹을 틔우고 있다. 2007년 50개에 불과하던 사회적기업은 지난해 말 1000개를 돌파했다.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사회통합의 토대를 마련하고, 자본주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자는 사회적 공감이 낳은 결실이다. 하지만 냉혹한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한국사회에서 사회적기업의 운명은 위태롭기 짝이 없다. 자본도, 기술도 빈약한 탓이다. 이제 사회적기업의 탄생을 축복하는 데 머물 때가 아니다. 어떻게 키워나가야 할 것이냐를 고민해야 한다. 지난해 ‘착한 경제, 이제는 사회적기업이다’ 시리즈를 통해 전국 각지의 사회적기업을 소개해 온 문화일보가 새해에는 사회적기업의 지속적 생존과 발전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현장의 고민과 이에 대한 해결 방안도 지면에 담아낼 계획이다.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시행된 2007년 7월 이후 6년 6개월만에 사회적기업 숫자는 1000개를 넘어설 정도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정부의 정책적 노력은 물론 ‘1사 1사회적기업’ 결연을 통한 대기업의 지원, 사회적기업에 대한 사회 전반의 관심이 이 같은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하지만 사회적기업의 면면을 들여다 보면 정부와 대기업의 지원에 의존해 연명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외형적 성장 = 2일 고용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사회적기업은 1012개에 이른다. 신규 인증은 지난 2012년 142개에서 지난해에는 269개로 급증했다. 사회적기업 종사자 수도 2012년 말 1만8689명에서 지난해 말에는 2만2533명으로 3844명(20.5%) 증가했다. 종사자 중 취약계층은 1만3661명(60.6%)에 달하고, 고령자가 6121명(27.2%), 장애인이 3662명(16.3%)이다.

하지만 인구 10만 명당 사회적기업은 1.9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시·도별로는 제주가 4.1개로 가장 많고, 전북(3.4개), 광주(3.1개), 강원(3.0개) 등 상대적으로 산업화가 저조한 지역에서 사회적기업은 오히려 활성화돼 있다. 반면 경남(1.3개)과 대구(1.3개), 경기(1.4개), 부산(1.7개) 등 전통적 산업화 지역에서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이 적다. 사회적 경제 영역의 고용률도 0.4%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4%)의 10분의 1에 불과한 실정이다.

◆허약한 체질 = 정부는 사회적기업에 대해 3명을 한도로 1년차에 90%, 2년차에 70%, 3년차에 50%의 인건비를 지원한다. 또 기술개발과 마케팅 등 사업개발비는 물론 사회보험료 지원, 법인세·소득세 감면 등 세제 혜택도 제공한다.정부의 이 같은 육성정책에 힘입어 사회적기업의 숫자는 급속하게 늘고 있지만 뿌리를 제대로 내린 곳은 많지 않다. 특히 정부와 공기업 및 대기업의 지원에 기대어 연명하는 사회적기업들이 적지 않다. 실제 정부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고 나서 이를 취소 또는 반납한 기업이 68개에 달한다. 2007년 인증받은 55개 가운데 11개가 인증을 취소·반납했고, 2008년 인증받은 166개 가운데 28개가 폐업 등으로 인증을 취소·반납했다.

경기도 성남에서 활동 중인 한 사회적기업 대표는 “대부분 사회적기업들은 자본과 기술력이 빈약하기 때문에 정부 지원이 끝나면 직원들의 인건비를 지급하지 못하는 업체가 적지 않다”며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지원도 일회성으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꼬집었다.

◆정책 방향 전환 = 전문가들은 사회적기업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해 인건비 등 직접 지원보다 금융·판로·사업개발 등 간접 지원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도 사회적기업의 양적인 증가보다는 지속가능성에 지원의 초점을 맞추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부처 간 협업을 통해 지원 인프라를 확충하는 한편, 사회적 경제 조직들에 대한 지원 정책의 효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사회적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도 개발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정정식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과장은 “대부분 사회적기업들이 네트워크가 빈약하기 때문에 판로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도 공공부문은 물론, 대기업에서 사회적기업의 상품과 서비스 이용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7년까지 사회적기업 3000개를 육성해 이들 기업이 10만 명을 고용토록 할 계획이다. 사회적 경제의 활성화를 촉진해 현재 0.4%에 불과한 사회적 경제 영역의 고용 규모를 OECD 평균의 절반인 2%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최대 50만 명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영출 기자 ev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