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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은 위생과 영양이 불량한 상태에서 발병하기 때문에 대표적인 ‘후진국병’으로 꼽힌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국 문턱에 들어섰음에도 국민 3명 중 1명이 ‘잠복결핵 감염자’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결핵 발병률과 유병률, 사망률 최상위 국가란 불명예를 안고 있다.

결핵은 결핵균이라는 세균에 의해서 발생하는 전염병이다. 결핵균은 다른 세균들과는 달리 사람의 몸 안에서만 살 수 있기 때문에 결핵환자만 결핵균을 전염시킬 수 있다. 결핵환자가 기침할 때 공기 중으로 배출된 결핵균은 일시적으로 공기 중에 떠 있는데 주위 사람들이 그 공기로 숨을 쉴 때 폐로 들어간다. 그 같은 전염메커니즘 때문에 결핵을 공기 매개성 전염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결핵은 면역력이 떨어지는 겨울철에 특히 기승을 부리는데 대부분 폐에서 생기고 폐결핵환자가 결핵균을 전염시키므로 폐결핵을 결핵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렇지만 결핵은 우리 몸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다. 주로 폐에서 증상이 나타나지만 흉막, 임파선, 뇌, 척추, 신장, 간, 대장, 복막 등에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방치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결핵균에 감염된다고 모두 결핵 증상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보통 결핵균에 감염되면 10% 정도의 보균자만이 평생에 걸쳐 한 번 정도 결핵 증상을 보인다. 그러므로 결핵에 감염된 사람의 90%는 평생 동안 결핵에 한 번도 안 걸리고 지낸다. 결핵감염검사 양성이지만 현재 결핵이 없는 상태를 잠복결핵이라고 한다. 잠복결핵은 결핵균이 억제돼 있어 증식하지 않고 있지만 결핵이 발생할 위험성이 조금 있다는 의미다.

결핵은 결핵환자가 퍼뜨리는 전염병이므로 결핵균에 감염된 사람 또는 결핵환자가 발생했다면 이는 또 다른 결핵환자가 이전에 그 사람에게 결핵균을 전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어떤 결핵환자가 그 사람에게 결핵균을 전파했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대부분 수년에서 수십 년 동안의 잠복기를 보낸 후에 결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결핵의 증상은 아주 다양하다. 기침, 가래, 미열, 기운이 없는 증상 등이 있을 수 있고, 아무런 증상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건강검진에서 시행한 흉부 방사선 사진에서 우연히 결핵이 발견되기도 한다. 결핵의 가장 흔한 증상인 기침은 감기, 천식, 기관지염 등에서도 관찰되기 때문에 증상만으로 결핵과 이들 질환들을 구별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감기 증상은 1주 정도 지나면 대부분 호전되므로 특별한 원인 없이 기침, 가래가 2주 이상 지속되면 의사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특히 결핵환자와 가까이 지냈던 사람들의 경우 아무런 증상이 없어도 결핵에 걸렸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으므로 접촉자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유리하다.

결핵이 의심되면 흉부 방사선 촬영을 해야 한다. 흉부 방사선 사진에서 결핵이 의심되면 결핵을 확진하기 위해서는 객담 결핵균검사를 시행한다. 결핵균은 결핵환자의 폐에서만 자라므로 객담검사에서 결핵균이 검출되면 결핵으로 확진한다. 객담검사를 한 번 하는 것보다 2∼3회 시행하거나 아침 객담을 받을 경우 객담에서 결핵균이 검출될 가능성이 커지므로 반복해서 여러 차례 하는 것이 유리하다.

결핵에 걸린 사람 중에서 일부는 결핵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면역기전에 의해 결핵이 치료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결핵진단을 받은 적이 없는 사람에게서도 흉부 방사선 사진에 과거에 결핵을 앓은 흉터가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과거에 결핵이 발생했지만 결핵인 줄 모르고 지내다가 면역기전에 의해서 결핵병변이 치유되고 그 후유증(흉터)이 흉부 방사선 사진에서 관찰되는 것이다.

한편 최근에는 완치가 쉽잖은 다제내성 결핵도 등장, 환자가 점차 늘고 있다. 다제내성 결핵이란 결핵 치료에 가장 중요한 약제인 이소니아지드(Isoniazid)와 라팜피신(Rifampicin)에 모두 내성인 결핵을 말한다. ＜도움말 = 박이내 인제대 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