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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을 대표하는 향토음식의 하나로 어복(魚腹)쟁반이 있다. 어복쟁반은 요즘 같은 추운 겨울철에 먹으면 좋은 음식이다.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 속편에 기록된 어복쟁반은 소반만 한 큰 쟁반 한가운데에 편육을 담은 그릇을 들여 놓고 여럿이 둘러앉아 먹는 음식이라고 설명한다.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 향토음식편(1984)에는 어복쟁반 만드는 법이 자세히 나와 있다.

우선 무릎도가니와 쇠고기를 삶아서 편육처럼 얇게 저며 놓는다. 국수는 냉면사리처럼 찬물에 헹궈 건져 놓는다. 또 계란은 반숙을 해 반으로 갈라 놓고 배는 껍질을 벗겨 굵게 채 썬다. 버섯은 깨끗이 씻어 굵직하게 채 썰어 놓는다. 큼직한 놋쟁반에 각종 쇠고기 편육을 편편이 돌려 담고 가운데 초장 그릇을 놓은 후 버섯, 배, 계란, 잣 등을 곁들여 담는다. 여기에 간을 맞춘 끓는 육수를 부어 먹으면 된다. 먹을 때는 먼저 편육들을 초장과 다대기에 찍어 먹고, 메밀사리는 쟁반에 넣어 말아 먹는다. 식으면 육수를 부어가며 먹으면 된다.

어복쟁반은 평양의 시장 상인들이 값이 별로 안 나가는 소의 젖가슴살 부위인 유통(乳筒)을 넣어 해장을 겸해서 먹었던 음식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평양 상인들이 시장에서 서로 흥정을 하다가 어복쟁반의 따뜻한 국물에 고기, 채소, 국수를 넣고 건져 먹으면서 서로 권하며 화해하면서 거래를 원만하게 끝내는 역할을 했던 음식이었다고 한다. 추운 겨울을 이기고 서로 화해를 도모케 하는 지혜로운 음식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일본의 저명한 소설가 기쿠치 간(菊池寬·1888∼1948)이 일제 시절 평양에서 어복쟁반을 먹어보고는 낭만적인 음식으로는 세계적이라고 격찬했는지도 모른다.

어복쟁반은 쇠고기의 뱃살을 넣으므로 우복(牛腹)장국이나 뱃살쟁반으로 불리다가 생선 내장을 넣어 끓인 데서 어복장국으로 바뀌었고 이후에 어복쟁반이라는 이름으로 정착이 됐다.

그런데 요즘의 어복쟁반은 예전의 어복쟁반 그대로가 아니고 담백한 국물에 버섯과 각종 채소를 넣어 끓인 국물에 얇게 썬 쇠고기를 넣어 익혀 담백하게 먹는 음식을 이른다. 그리고 계절과 관계없이 사계절 즐겨 먹는 음식으로 변화했다.

요즘 부쩍 날씨가 추워져서 그런지 소의 우설, 유통, 도가니 등의 여러 부위를 골라서 잘 삶아 만든 편육에 끓는 육수를 넣어 먹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든 어복쟁반의 특별한 맛이 갑자기 그리워진다.

공주대 명예교수·전 한국가정과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