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악법’ 줄줄이 대기…속앓는 재계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전경련 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 경제활성화를 위한 적극적인 투자를 당부했지만 재계의 속은 편치 않다. 박 대통령이 “경제민주화 입법은 일단락됐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여전히 국회에는 규제 법안들이 대거 계류 중이고, 올해 마지막 임시국회도 경제활성화 법안보다는 ‘규제 악법’에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국회와 재계에 따르면 2조 원이 넘는 투자가 걸려 있는 ‘외국인투자촉진법’은 다른 법안과 연계처리 주장이 나오면서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그 대신 각종 규제가 강화된 노동 관련 입법, 환경규제 입법, 기업정책 법안들은 순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법안은 근로시간 단축, 정리해고요건 강화 등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이다. 기업들은 생산차질과 노사갈등을 유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요건을 완화하거나 노사합의를 통한 자율추진을 주장하고 있다. 이 법안들은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통상임금 산정범위에 대한 최종판단과 맞물려 산업계에 커다란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환경규제 강화도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기업들은 이미 상반기 국회를 통과한 ‘화학물질등록 및 평가법’(화평법),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의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기준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화평법의 경우 막대한 비용부담과 함께 등록절차 지연으로 인한 신제품 개발경쟁력 저하와 수출 타격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유해물질 누출사고 발생 시 매출액의 최대 5%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한 화관법에 대해서도 “기업의 존폐를 걱정해야 할 수준이 될 수도 있다”고 산업계는 걱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환경오염피해구제법’ 제정안, ‘자원순환사회 전환 촉진법’ 제정안, ‘환경영향평가법’ 개정안, ‘탄소세법’ 제정안 등이 산업계가 우려하는 규제 법안들이다.

오승훈 기자 oshu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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