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깎아야 할 판에….”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끼워넣기가 밀물처럼 몰려오면서 기획재정부가 내년도 예산운용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매년 ‘예산 끼워넣기’는 어느 정도 있어 왔던 것이 사실이지만, 세수 부족이 심각한 올해는 여느 때와는 다르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2일 재정부와 국회 예산정책처 등에 따르면 올해 국세 징수 규모가 크게 감소하면서 세수 부족분이 14조∼1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정부의 국세 수납 현황에 따르면 올해 국세 징수는 176조3000억 원(10월 말 현재) 규모로 지난해보다 3조9000억 원가량 감소했다. 지난 2010∼2012년의 국세 수입 진도율(89.5%)을 감안할 때 올해 말까지 11조9000억 원의 세금이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각종 세외수입 감소분까지 합치면 올해 세수 부족분이 14조∼15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국회와 세정당국의 추산이다.

이처럼 나라 곳간은 비어가지만 돈 달라는 곳은 늘어나고 있어 재정부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재정부 장관이 지난 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해 예산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했지만, 국회는 현 부총리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현 부총리는 “올해처럼 예외적인 세수 부족 상황에서는 예산 조정이 불가피해 미집행이 예상되거나 불요불급한 예산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내년에도 적자재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국회가 무작정 예산을 늘릴 경우 내년에도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추경을 벌써부터 얘기하는 것은 너무 섣부른 예단”이라며 “일단은 주어진 예산 내에서 최대한 운용계획을 내실있게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재정부가 내년도 성장률을 연 3.9%로 설정하고, 이에 맞춰 국가 재정수지를 맞추고 있지만 목표대로 성장률 달성이 쉽지 않다는 점도 재정부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그만큼 내년 예산운용이 간단치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정부가 중요한 세수 확보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는 지하경제 양성화 작업도 결코 순탄치 않다는 의견이 많아 예산 확보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4조7000억 원가량의 세수를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수단이 지극히 단편적이어서 치밀하게 숨어 있는 지하자금을 추적해낼 수 있을지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