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전문가들은 ▲전문성 부족 ▲나눠먹기식 배분 ▲부실·졸속·깜깜이 심사를 국회 예산 심사 과정의 문제점으로 지적하면서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12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 국회가 예산안을 심사하고 처리하는 과정을 보면 여야 등 세력에 따르는 경향이 있다”며 “명분은 공약 뒷받침이라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강 전 장관은 ‘비공개 심사’와 ‘쪽지예산 관행’을 개선해야 할 문제점으로 꼽았다.

강 전 장관은 “이런 행태를 바로잡으려면 (심사를)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안조정소위원회(옛 계수조정소위)에서 정식으로 안건을 만들고 어떤 근거에서 요청을 하는지 타당성을 공개한다면 엉뚱한 것이 벼락같이 끼어드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도 “국회 예산 결산 심사 구조나 운영 메커니즘 모두 후진적”이라며 “예산과 관련해 대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우리는 1년 내내 싸우다가 며칠 남겨두고 집중 심사를 한다며 사실상 부실 심사를 하고 있다”며 “350조 원이 넘는 예산을 한번에 후다닥 하는데 지난해 어떻게 썼는지도 잘 모르면서 수박 겉핥기식으로 하니까 예산도 부실하게 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또 “특히 문제는 예산 편성 전문가가 없다는 점”이라며 “초선 의원들이 들어가 나눠먹기식으로 예산을 배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예산안조정소위에서 모든 것이 결정되고 100% 투명하게 되지 않아 쪽지예산이 가능한 구조”라며 “미국은 전문성 있는 의원들이 오랜 기간 동안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움직이는데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고계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은 “지금 예산 심사 과정을 보면 정부가 예산을 편성해 오고 국회는 추인만 하는 수준”이라며 “예산은 세입과 맞물리는 만큼 국회가 견제를 해야 하는데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고 사무총장은 “상반기 결산 심사·하반기 예산 심사 구조를 체계화하고 소위 회의록을 공개하는 한편 소위에 올라온 예산안과 최종 확정된 예산 격차 등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며 “국회가 예산 편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진·현일훈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