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천문학적 규모의 세수 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이 국회 심의과정에서 제기한 내년도 지역예산 증액분이 무려 8조여 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이명박정부의 상징적 사업으로 정치적 논란을 낳은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감액 의견을 내놓은 여야 의원들이 자신들의 지역구와 연관된 비슷한 사업에 대해서는 잇따라 증액 신청을 했다. ‘창조경제’나 ‘새마을사업 지원’ 등 ‘박근혜표’ 예산은 유보하던 의원들은 역시 지역의 비슷한 사업엔 증액을 일삼았다. 해마다 반복되는 이 같은 지역챙기기 예산 행태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대론 안 된다”며 “예산 심의를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하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문화일보가 12일 입수한 ‘201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 심사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지역개발사업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토교통위원회 예산(기금 제외)에 대한 의원 증액 요청액은 7조5536억 원에 이르렀다. 이는 2014년도 정부 SOC 예산(23조3000억 원)의 3분의 1 규모에 해당한다. 분석 대상이 된 국토위 예산 351개 항목 중 증액 예산이 무려 315개(89.7%)나 됐다. 감소되는 예산은 단 23개에 불과했고, 감소·증액 예산은 13개였다. 나머지 위원회의 지역예산 증액분을 더하면 8조여 원 규모로 추산된다. 분야별로는 증액사업만 118건에 이르는 도로예산에 대한 증액 요청이 2조194억 원으로 가장 높았다. 의원들이 제기한 증액요구는 지난 10일 시작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서 조정을 거쳐 ‘지역별 나눠먹기’ 형태로 반영된다.

강봉균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예산 증액을 할 때는 예결위 예산조정소위에서 정식으로 안건을 만들어서 어떤 근거로 요청을 하는 것인지,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 국민이 모두 알도록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화종·윤정아·현일훈 기자 hiromat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