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한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은 국제적 관행을 존중해 조정된 만큼 중국의 방공식별구역(CADIZ)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미국이 한국의 방공식별구역 확대를 놓고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와 ‘선긋기’에 나선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면서 일각에서는 한·중 간 대립구도 형성을 유도하려는 포석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9일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가 방공식별구역 확대에서 보여준 노력을 평가한다”면서 “한국 정부의 조치는 중국 정부가 취한 조치와는 다르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정부는 새로운 방공식별구역을 만든 게 아니라 조정·보완했으며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과 사전 조율과 협의를 통해 책임 있고 신중하게 추구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미국은 전일의 ‘평가’, ‘이해’의 입장에서 한걸음 나아가 ‘책임’과 ‘신중’이란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국의 방공식별구역 확대에 대해서 지지를 표명했다.

사키 대변인은 “한국이 새로 발표한 방공식별구역은 다른 나라가 관할하는 분쟁지역을 포함하지 않는다”면서 “국제적 관행과 비행의 자유, 국제영공의 합법적 사용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조정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아마 이번 조치는 주변국과의 사전 협력과 조율을 통해 이뤄졌기 때문에 혼란을 피하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중국의 일방적 방공식별구역 선포는 국제사회의 규칙을 무시한 행위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언급인 것으로 파악된다.

사키 대변인은 “중국은 한국과 달리 사전 상의 없이 분쟁지역이 포함된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했다”면서 “(항공기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비행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민간 항공사들은 매우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미국 정부가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한국의 방공식별구역 확대 선언에 대해서 지지 입장을 보낸 것은 중국 견제용이라는 해석이 흘러나오고 있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를 사실상 제어할 현실적 카드를 쥐고 있지 않은 미국 입장에서는 한·중 간에 대립구도가 형성되는 것이 전반적인 ‘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sia·아시아로의 외교중심축 이동)’ 정책에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워싱턴 =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