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차기전투기(F-X) 3차 사업 기종으로 사실상 낙점을 받은 F-35A의 제조사 록히드마틴이 4일 미국 워싱턴에서 한국특파원들을 상대로 간담회를 열고 가격과 정비, 기술이전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설명한 것은 F-35A 도입에 따른 여러가지 문제점과 비판 여론을 의식한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간담회에서 가격과 정비, 기술이전 분야에 대해 집중적인 설명이 이뤄진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설명은 말 그대로 록히드마틴의 ‘희망사항’일 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F-35A는 상업용 계약이 아닌 한국정부와 미국정부 간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거래되기 때문이다.

◆가격 = 록히드마틴의 데이비드 스콧 F-35 국제사업개발 및 고객총괄 담당이사는 이날 간담회에서 “F-35A의 가격이 앞으로 미 공군에 1763대, 해군에 680대, 해외에 800∼1500대를 판매하게 되면 2018년에는 7500만 달러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생산 규모가 많아질수록 가격은 떨어진다”고 밝혔다. 하지만 F-35A의 생산 규모는 갈수록 줄고 있다. F-35A의 개발이 지연되고 가격이 치솟으면서 캐나다와 터키가 주문을 취소했고 호주, 덴마크, 네덜란드, 이탈리아는 물론 공동 생산국 영국(공군용 138대)과 미국(426대)조차 주문을 축소하거나 연기했다.

따라서 생산 증가로 가격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이미 한국의 구입이 끝난 뒤일 가능성이 높다. 또 설령 전투기의 동체와 엔진 가격이 내려간다 하더라도 빈껍데기로만 운영할 수 없다. 록히드마틴이 “전투기의 무장 등 관련 장비와 부품, 훈련, 유지·보수비 등이 붙게 되면 가격은 이보다 훨씬 더 높아진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이 1대당 2억4000만 달러, 노르웨이는 2억 달러로 구매했다.

◆기술이전 및 정비 = 부실한 기술이전 문제에 대해서도 록히드마틴 측은 “한국에 군사위성 프로그램과 수십만 쪽에 달하는 F-35A 기술 관련 문서, 차기 전투기 사업을 지원할 수백 명의 전문 인력 파견 등 수조 원 상당에 달하는 대가를 절충 교역 형태로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정부의 FMS 거래로 들여오는 F-35A는 절충교역과 기술이전 의무가 없어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됐던 지난해 F-X 3차 사업 진행 당시에도 보잉과 유로파이터 등 3개사 가운데 가장 저조한 평가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수의계약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구매계약에서 파격적인 기술이전을 해주겠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국이 록히드마틴과 공동 개발한 T-50 고등훈련기 마저 국산화율이 미미한데다 주요 부품을 한국이 수리할 권리도, 수출할 권리도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액면 그대로 믿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강우 기자 hanga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