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일 울산 북구 양정동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4공장에서 근로자들이 맥스크루즈를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는 자동차를 증산하기 위해 1000억 원을 들여 설비를 증설했으나, 노조 측이 협의를 해주지 않아 설비를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거액을 들여 차량 증산설비를 구축해 두고도 노조에 발목이 잡혀 5개월째 활용을 못하고 있다. 회사 측이 증산을 위해 수차례 노조 측에 협의를 요청했지만, 노조는 회사 측의 설명회 개최조차도 거부하는 등 증산 관련 협의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현대차에 따르면 회사는 울산4공장에서 생산하는 맥스크루즈와 그랜드스타렉스의 주문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지난 7월까지 1000억여 원을 투입해 시간당 40대의 차량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했다. 현대차는 이에 따라 UPH(시간당 생산대수)를 현행 32대에서 38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 7월부터 해당 공장 노조 측인 4공장 사업부위원회에 증산 협의를 요청했다. 단체협약 41조에 적시된 ‘회사는 신차종 양산, 맨아워(인력투입) 및 UPH 조정시 노동조합과 사전 협의하에 결정한다’라는 조항에 근거해서다.

그러나 4공장 노조는 대의원을 대상으로 한 회사 측의 설명회 요구조차 거부하는 등 지금까지 한 차례도 회사의 협의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는 4공장 노조 대의원들이 회사의 협의에 응할 경우 오는 10일로 예정된 대의원 선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증산설비를 완료하고도 5개월째 생산량을 늘리지 못해 손실을 빚고 있다. 현대차 측은 맥스크루즈와 그랜드스타렉스의 공급 지연으로 계약해지율은 각각 30%와 20%에 이르고 있으며, 계약 후 출고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맥스크루즈는 2.6개월, 그랜드스타렉스는 4.2개월로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수출 차질도 심각하다. 맥스크루즈의 경우 주문 적체가 해소되지 않아 북미, 유럽 지역에 보낼 차량 양산이 당초 계획보다 5개월가량 지연되고 있다. 또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지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그랜드스타렉스 역시 수출주문 적체가 2만3000대에 달해 고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노조가 해외 공장 확대를 우려해 국내 공장에 대한 투자 확대를 주장하면서도, 정작 국내 공장의 생산량 확대에는 전혀 협조를 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결국 국내 공장의 경쟁력 저하를 불러와 생산물량을 해외에 빼앗기는 구조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 = 글·사진 곽시열 기자 sykwa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