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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령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28일 갑자기 멈춰서면서 겨울철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초겨울 추위에다 극심한 한파까지 예고되면서 겨울철 전력대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28일 오전 1시 18분쯤 부산 기장군에 있는 고리 원전 1호기(설비용량 58만 kW급)가 발전 정지됐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터빈 계통 고장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파악 중이다.

지난 1978년 국내 최초로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 1호기는 2007년 설계 수명(30년)이 만료됐지만 2008년 1월 다시 운영 승인을 받아 가동 수명이 10년 연장된 상태다.

고리 1호기의 가동 정지로 현재 국내 원전 23기 가운데 6기가 멈춰서는 상황이 됐다.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파문으로 케이블 교체 작업중인 신고리 1, 2호기와 신월성 1호기(각 설비용량 100만kW), 설계수명이 만료된 월성 1호기, 계획예방정비 중인 한빛 4호기가 정지된 상태다.

고리 1호기의 가동 정지로 올겨울 전력수급 계획에도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업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동계 전력수요와 기상청 장기예보 등을 종합한 결과 이번 겨울 전력수요 피크 시기는 내년 1월 중순이 유력하며, 최대 전력수요는 8000만∼8100만kW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최근 3년간 동계 전력피크는 매년 1월 초부터 2월 초까지 발생했다. 지난 겨울 최대 전력피크는 서울의 최저기온이 영하 16.4도까지 내려간 올해 1월 3일로 7827만kW를 기록했다. 당시 공급능력은 8071만kW였고, 수급대책을 가동한 이후 최대전력은 7652만kW로 전력위기에 이르지는 않았다.

역시 관건은 원전 재가동 여부다. 지난 5월 시험성적서 위조파문에 따라 멈춰선 신고리 1, 2호기와 신월성 1호기 등 원전 3기가 가동에 들어간다면 300만kW의 공급이 가능해 전력공급에 다소 여유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300만kW의 공급 여력은 추위의 강도에 따라 그리 큰 도움이 안될 수도 있다는 게 전력당국의 고민이다. 게다가 올 겨울 전력수급이 지난 여름과 비교해 크게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전 추가 가동 정지라는 돌발 상황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실제 공급가능한 전력이 8000만kW가 안되는 상황에서 원전 1기라도 갑자기 더 멈춰선다면 전력수급에 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11월부터 내년 1월까지를 동계 전력수급 비상대책기간으로 정하고, 동계 에너지 절약 대책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는 정부의 전력수급 관리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국민들의 자발적인 절전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양수 기자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