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도 상공에 대한 방공식별구역(ADIZ) 설정을 놓고 한·중·일 3국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현재의 해·공군 전력으로는 이 해역에서 사실상 대일·대중 작전을 전개할 수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군사전문가들은 이어도 해역에서는 상대를 제압할 수는 없어도 피해만 입히는 ‘고슴도치 전략’도 구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28일 군에 따르면 해군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함정 가운데 대양작전이 가능한 4000t급 이상 전투함은 9척(KDX-2급 6척, KDX-3급 3척)이다. 이 중 5∼6척은 해외 파병과 정비 상태에 있어 한반도 해역에서 실제 작전에 투입할 수 있는 전투함은 3척 정도로 평가된다. 하지만 대북경계를 위해 동·서해안을 비울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전투함의 이어도 투입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반면 중국은 최근 건조한 항모급 랴오닝(遼寧)함에서 전투기 이착륙 및 장거리 순항훈련 등을 진행 중이다. 일본은 이지스 구축함 6척을 보유하고 있으며, 3척을 추가로 건조해 4개의 함대를 편성할 계획이다. 경제·군사대국인 일본·중국과의 군비 경쟁에서 크게 밀리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해·공군은 주변국을 상대로 ‘이기지는 못해도 상대에게 치명적 피해를 입힌다’는 일명 고슴도치 전략을 염두에 두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한 해 국방비는 각각 1744억 달러, 622억 달러에 달하지만 한국은 311억 달러 수준이다. 군사전문가들은 그러나 “현재의 전력으로는 이어도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고슴도치 전략도 구사하지 못하고 당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제공권도 마찬가지다. 한국 공군은 F-15K 60대와 F-16 계열 180여 대 등 480여 대의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어도 일대에서 중국과 일본 전투기를 상대할 수 있는 4세대 전투기는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F-15K의 경우, 보조연료 탱크를 달고 경무장해도 이어도 일대에서 작전 가능 시간은 40여 분에 불과하다. 또 최근 도입이 확정된 F-35A도 이어도에서 15분 정도 체공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스텔스 전투기라는 장점은 있지만 원거리 작전에는 한계가 따른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2015년 말 완공 예정인 제주 해군기지 외에 공군력을 중심으로 이어도 대응 전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대영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일본이 오키나와(沖繩)에 1개 대대 규모의 F-15J를 배치한 것처럼 우리도 제주 지역에 1개 대대(20대) 규모의 전초기지를 만들어 유사시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