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6일 국토청결운동에 나선 국방과학연구소 직원들이 계룡산 남매탑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40∼50대 등산객들에게 계룡산은 ‘갑사’와 ‘남매탑’으로 상징된다. 고교시절 국어 교과서에 실린 ‘갑사 가는길’ 때문이다.

갑사 쪽이든 동학사 쪽이든 1시간여를 오르면 남매탑을 만날 수 있다. ‘색을 이겨낸 도행의 기념탑’으로 상징되는 이 탑은 수도와 색욕의 간극에서 고뇌하다 도를 이룬 남녀의 애틋한 전설이 서려 있는 곳이다.

“눈은 그칠 줄 모르고, 탑에 얽힌 남매의 지순한 사랑도 끝이 없어, 탑신에 손을 얹으니 천 년 뒤에 오히려 뜨거운 열기가 스며드는구나.”

한 스님이 위기에 처한 호랑이를 구해 주었더니, 그 호랑이가 보은의 뜻으로 속세의 한 처녀를 그 스님에게 물고 왔고, 이를 인연으로 스님과 처녀는 남매의 연을 맺어 불도(佛道)를 행하여 한평생을 마쳤다는 얘기다. 그래서 후세 사람들이 이들 남매의 지순한 사랑을 기리기 위해 탑을 세웠다는 것. 7층 오라버니탑은 신라시대 탑 양식을 계승했고, 아담한 5층 누이탑은 지붕돌 끝이 살짝 들려진 백제 양식이다. 보물 1284∼5호로 나란히 지정됐다.

갑사는 ‘으뜸 甲(갑)’자를 쓸 만큼 삼국시대의 중요 사찰 중 하나였다. 창건 시기는 42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통일신라 때는 의상대사가 중수하면서 신라 화엄십찰 중 하나로 꼽혔다. 그 명성은 ‘억불정책’의 조선시대에도 이어져, 세종 때와 선조, 영조 때 중건돼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갑사에는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보물도 많다. 우리나라 현존 유일의 철당간과 지주는 중요문화재로 보물 제256호. 역사교과서에도 실리는 갑사부도는 고려시대 부도 중에서도 우수한 것으로 꼽히고 있다. 또 갑사에는 옛 한글의 중요한 연구 자료인 월인석보 판본이 보전되고 있다. 월인석보는 세종 때 지은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과 세조 때 지은 ‘석보상절(釋譜詳節)’을 합편한 것으로, 세조가 왕세자 도원군의 명복을 빌기 위해 간행한 책이다. 이 밖에도 대웅전과 대적전, 석조약사여래입상 등 대부분의 유물이 지방문화재로 지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