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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4월 가수 송대관 씨가 부인 이모 씨와 함께 사기 혐의로 피소됐다. 송 씨 부부는 2009년 충남 보령시 일대 부동산 투자개발 명목으로 캐나다 교포 A 씨에게 3억7000만 원을 받고 지역 신문에 광고를 냈다. 하지만 해당 부지가 근저당으로 설정돼 개발이 불가능한 상황. A 씨는 “사기”라며 이들을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했다.

#2. 방송인 이수(본명 이지승) 씨는 지난 8월 투자를 미끼로 노인의 돈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구속 영장이 발부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1년 2월까지 N바이오라는 회사의 회장직을 사칭해 노인 2명에게 카지노 사채 사업 등을 빌미로 투자를 종용, 6억60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았다.

연예 산업이 팽창하고 연예인 수가 증가하면서 관련 범죄도 늘고 있다. 특히 도박·마약·성폭력 등에 이어 사기가 연예계의 새로운 그림자를 형성하면서 관련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최근 연예계 사기는 지인 사이의 가벼운 금전적 채무부터 계획적인 투자 유인까지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 기획사 대표는 “19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사기와 관련된 일 자체를 꺼리는 경향이 강했으나, 최근엔 연예계 직업군이 다양해지면서 관련 유혹과 범죄가 늘어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 일반 채무에서 부동산 매매까지

가장 흔한 형태의 사기가 돈을 빌린 뒤 갚지 않는 ‘나몰라’형이다. 지난 2011년 가수 이은하 씨는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아 사기 혐의로 피소됐다. 이 씨는 사업자금 명목으로 B 씨에게 4000만 원을 빌린 뒤 이를 갚지 않은 혐의를 받았다. 3인조 남성 아이돌 그룹 NRG 출신의 이성진 씨도 정선 지역에서 대리운전을 하는 이모 씨로부터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이모 씨에게 2000만 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다. 이 씨는 고소장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이성진이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고 해서 현금 200만 원과 통장으로 1800만 원 등 2000만 원을 빌려줬으나 1주일 내에 갚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형태는 ‘유인’형이다. 야구선수 출신 강병규 씨는 2008년 한모 씨로부터 사업자금을 빌려주면 높은 이자로 쳐주겠다고 꾀어 1억8300여만 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를 받았다. 이에 대해 강 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배신감을 토로하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전 신뢰, 사후 기피’형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송대관 씨 사례처럼 모든 과정에서 신뢰를 획득한 뒤 마지막에 ‘배신’을 때리는 식이다. 2011년 중견 탤런트 김동현 씨는 부동산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피소됐다. 경기 양평경찰서에 따르면 김 씨는 양평군 용문면 중원리의 한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매매대금 5500만 원과 2860만 원을 각각 변제해 주겠다고 자필로 채무 승계 확인서를 썼지만, 촬영 스케줄 등을 이유로 미루면서 변제가 이뤄지지 않았다. 앞서 김 씨는 양평군의 또 다른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잔금을 지불하지 않아 다른 사람으로부터 피소된 바 있다.

◆ 유명세 이용한 쇼핑몰 ‘사기’

지난해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며 많게는 수백억 원대 매출을 올린 연예인 최고경영자(CEO)들이 당국의 철퇴를 맞기도 했다. 진재영, 유리와 백지영, 황혜영, 김준희, 한예인 등 주로 여성 연예인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운영한 쇼핑몰들은 내부 직원을 동원해 사용 후기를 조작하거나 고객의 반품 요구를 부당하게 거부하는 식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을 받았다. 백지영은 소속사를 통해 “더욱 투명하고 공정해야 하는 연예인 쇼핑몰의 운영자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 인정한다”며 공식 사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무의식적 비현실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연예인이 사기 사건에 쉽게 연루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일반인에 비해 금세 입방아에 오를 수 있고 그 구설은 깊은 상처로 이어져 쉽게 잊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이런 사기 사건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것일까. 사기 사건에 연루된 연예인들은 상당수 합의나 변제 등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후약방문식으로 끝나는 게 보통이다. 이는 연예인이 사기에 대한 의식이 흐릿하다는 방증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를테면 한 인기 연예인이 팬 사인회를 열면 3000만 원 정도 받는데, 채무 관계에 있는 사람이나 지인들과의 사적인 자리에서 자신이 소모하는 시간을 비용으로 어림잡아 계산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과 조금 가까워지면 돈을 빌려 달라고 자연스럽게 요구하고, 빌린 돈은 곧 팬 사인회 비용처럼 여긴다는 설명이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는 “연예인 주변에는 호감을 가지고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아 사기를 칠 수 있는 환경이 넘쳐난다”며 “돈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자주 술을 사는 등 친밀감을 조성하면 ‘돈’은 ‘관계’ 뒤로 밀려나기 십상”이라고 했다. 연예인은 자신이 빌린 돈을 ‘자주 만나준 호의에 대한 대가’라고 보면서 도덕적 해이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설마 연예인이 사기치겠어?’하는 무한 신뢰감과 ‘연예인에 편승해 덕 좀 보자’는 홍보 효과를 위해 ‘다 줄 것처럼’ 무작정 달려드는 이들의 행동이 연예인 사기를 부추기는 원인 중 하나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처음에는 적은 액수를 편하게 빌려주다, 액수가 점점 불어 눈덩이처럼 커지면 바로 사기 운운하며 현실적으로 대응하기 때문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연예인들의 속성 중 하나는 현실감이 없다는 것”이라며 “소수의 인맥을 통해 형성된 연예인과 지인의 ‘형제 관계’가 틀어질 경우 ‘돈’을 갖고 복수하는 감정이 생기기 십상이고 이는 곧 사기 사건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과거 인기에 대한 자아도취성 만족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사기와 연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신이 최고’라는 말만 듣고 살았던 연예인의 직위는 뭘 해도 용서가 되는 분위기로 흐르기 쉽고, 불투명한 앞날을 위해 한방 터뜨리려는 한탕주의도 거부하기 힘들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연예기획사 이사는 “연예인 사기는 인기가 떨어지거나 금전적 손해가 클 때,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한번 시작한 사기는 반복 재생될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고금평 기자 dann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