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경제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선을 강조하고 있지만 일선 부처에선 규제 양산의 관성에 얽매여 기업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재계 안팎에선 대통령의 국정지침이 일선 부처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엇박자’가 이어져 경제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5일 “각 부처가 규제에 대한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해서 협의해 보면 ‘기업들이 너무 징징거린다’고 훈계만 한다”면서 “현장에선 아직도 박 대통령의 의지와는 큰 온도차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장 사정은 박 대통령이 “정부는 기업인들이 더욱 힘을 낼 수 있도록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걷어내 투자가 살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건강한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겠다”(지난 10월 27일 ‘기업가주간’ 축사)고 역설한 게 무색할 정도다. 각 부처가 노동관련 입법, 환경규제 등 기업경영 환경과 직결된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도 이해당사자 간 적극적 중재·조정의 주도권을 잡지 못하면서 갈등만 키우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 들어 꾸준히 규제개선을 추진했다지만 규제총량은 오히려 증가추세다. 규제개혁위원회의 등록현황에 따르면 5일 현재 총 규제건수는 1만5063건으로, 2012년 말의 1만4926건보다 137건이 늘어났다. 2010년 519건, 2011년 683건, 2012년 795건의 규제가 각각 늘어난 것에 비하면 증가폭은 둔화됐다.

올해 늘어난 규제 137건 중에는 국토교통부가 25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농림축산식품부 24건, 보건복지부 9건, 기획재정부 6건, 미래창조과학부 5건 등 경제관련 부처가 규제 증가를 주도했다.

오승훈·유병권 기자 osh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