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연이어 당정 협의를 열고 경제활성화에 집중하고 있지만, 일부 의원이 기존에 발의한 경제민주화 법안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 중 일부 법안은 “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보다 급진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이에 대해 여권에서는 경제민주화 법안의 취지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경제 상황을 감안해 취사선택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 법안은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발의되고 있다. 경실모 소속인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5월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최대 10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과 집단소송제 확대 등을 담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갑을관계를 이용한 불공정 행위의 경우 3배, 위법 행위가 반복적이고 악의적으로 이뤄졌을 때 10배 이상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는 게 특징이다. 갑의 횡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지만 발의하자마자 당내에서는 민주당의 ‘남양유업 방지법’보다 급진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경실모 소속인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도 지난 8월 가격담합이나 일감몰아주기 등 기업의 불공정행위와 관련, 대표자가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 나머지 피해자는 소송 없이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집단소송제 관련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논란이 된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도 경실모 소속의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했다. 경제민주화 법안 중 하나인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은 유해화학물질 배출 기업에 전체 매출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당정은 지난 9월 고의·반복적 위반 기업에 대해서만 매출액의 5%까지 과징금을 물릴 수 있도록 변경했다.

앞서 민현주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경실모 1호 법안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의 ‘300억 원 이상 횡령·배임 시 최소 15년 이상 징역’ 내용도 논란이 됐다. 10년 이상 형을 주장한 야당 안보다 더 무거운 처벌 기준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으로 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경제민주화 법안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현재의 경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화종 기자 hiromat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