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013년 두산 베어스의 위대한 도전이 막을 내렸다. 해피엔딩은 아니었지만 결코 실패로 치부할 수 없는 대단한 여정이었다.

두산은 지난달 5일 LG 트윈스와의 페넌트레이스 최종전에서 2-5로 역전패했다. 이 경기만 이길 경우 플레이오프에 직행할 수 있었던 두산은 가을야구 ‘꼬리칸’인 4위로 밀려나야 했다.

이는 우승 확률 0%를 의미했다. 역대 가을야구에서 4위팀이 마지막에 웃은 사례는 한 차례도 없었다. 1992년 롯데 자이언츠와 1995년 두산이 준플레이오프를 거쳐 정상에 올랐지만 이들의 페넌트레이스 성적은 3위였다.

준플레이오프 출전팀의 우승 확률이 떨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승까지 최소 10경기에서 최대 17경기까지 치르는 빡빡한 일정을 극복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 상위권 팀을 상대하기란 쉽지 않다. 2013년의 두산을 ‘미러클 두산’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페넌트레이스 최종전 후 하루를 쉰 두산은 3위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1,2차전을 모두 패하며 벼랑 끝에 몰렸다. 당시 두산의 탈락 확률은 80%를 넘어섰다.

두산은 숫자놀음의 희생양이 되기를 거부했다. 3차전을 어렵게 가져간 두산은 5차전 9회말 2사 후 박병호에게 맞은 동점 스리런포를 극복하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만신창이가 된 두산은 LG와의 플레이오프에서 두꺼운 야수진을 십분 활용했다. 플레이오프 3차전 9회초에는 처음 선보인 민병헌-임재철의 테이블 세터진이 두 차례의 그림같은 홈 송구로 1점차를 지켜냈고 4차전에서는 김현수-홍성흔을 벤치에 앉혀두고도 LG를 제압하는 저력을 뽐냈다.

한국시리즈에서 만난 상대는 3년 연속 통합 우승을 노리는 삼성 라이온즈였다. 객관적인 전력과 경험, 체력 등 모든 면에서 두산보다 앞선 팀이다.

두산은 원정으로 열린 1,2차전을 따내면서 일찌감치 반란을 예고했다. 주전급 선수들의 부상이 속출했지만 특유의 화수분 야구로 공백을 감췄다.

약점으로 지적됐던 좌완 불펜과 전문 마무리의 부재는 벌떼 마운드로 해결했다. 시즌 내내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계투진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연일 호투를 이어갔다.

하지만 두산의 마지막은 좋지 못했다. 3승1패로 우승을 목전에 뒀던 두산은 5~7차전을 내리 내주며 거짓말 같은 역전 드라마의 희생양이 됐다.

창단 4번째이자 페넌트레이스 4위팀으로는 처음 우승에 도전했던 두산의 도전은 2위로 끝이 났다. 그러나 두산이 보여준 가을의 기적은 야구팬들에게 오랫동안 기억될 전망이다. 2013년의 두산은 결코 실패한 2인자가 아니었다.

<뉴시스>

<저작권자ⓒ '한국언론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