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월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잘나가고 있으나 내수 침체의 골은 갈수록 깊어지는 등 괴리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와 계속 뛰고 있는 전셋값이 소비 진작을 억누르고 있는데다,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 경제민주화 규제가 내수시장 전체를 옥죄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1일 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대형마트인 이마트는 창립 20년 만에 처음으로 올해 매출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확실시되고 있다. 소매유통업 전반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집계한 지난 1~8월 소매유통업 성장률은 1%(전년 동기 대비 기준)에 그쳐 2010년(6.7%) 고점을 찍은 뒤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359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86.9%가 현재 체감경기를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들 소상공인 2명 중 1명은 내수침체로 인한 판매부진을 가장 큰 경영애로 요인으로 꼽았다. 내수가 극심한 침체를 겪다보니 많은 기업이 내수침체를 해외시장 개척으로 타개하고자 노력하면서 상대적으로 수출은 호조세를 유지하고 있어 내수·수출 간 괴리가 심화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내수침체 현상은 가계부채와 부동산, 규제 등을 둘러싼 3중고가 맞물린 결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특히 국내 가계부채는 이미 1000조 원에 육박하고 있으나 소득에 비해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워낙 빨라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친 전셋값’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폭등한 부동산 임대료 문제는 정부의 각종 대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서민의 허리를 휘게 하고 있다.

여기에 각종 대기업 규제는 신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이다.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내수를 활성화하고 규제를 완화해야 저성장 국면을 극복하고, 기업들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