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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의 힘/우테 에어하르트돚빌헬름 요넨 지음, 배명자 옮김 /청림출판

“한 러시아 부인이 하인과 사랑에 빠져 미국으로 망명했다. 그녀는 뉴욕에서 가난하게 살았다. 왜 안락한 귀족생활을 버리고 궁핍한 이주민의 삶을 택했는지 모두가 의아해하자 그녀는 반짝이는 눈빛으로 주저 없이 말했다. 왜냐고요? 간단해요! 그는 거짓말을 정말 잘하거든요. 그의 얘기를 듣고 있으면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가 된 기분이에요.”

독일의 긍정심리학자인 우테 에어하르트는 한 여인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인으로 만든 거짓말 일화로 거짓말 유용론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사랑에 빠진 이 남자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듯 ‘눈에 콩깍지가 끼여’ 이 부인이 진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로 보였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해도 그가 연인에게 매일매일 바친 찬사에는 애정어린 과장과 숨김, 아첨과 배려, 관계를 지속하기 위한 욕망과 전략 등 갖가지 의식·무의식적 요인들이 첨가됐다는 것도 짐작할 수 있다.

여성에 대한 통념을 전복한 ‘나쁜 여자가 성공한다’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저자는 이번에도 ‘일상의 통념’을 뒤집는다. 어느 나라, 어느 문화권에 살든 어릴 때부터 “정직하기를 요구받고 자란 우리들이 갖고 있는 ‘일상의 통념, 즉 ‘거짓말=나쁜 것’이라는 공식의 전복이다. 대신 저자는 공식이 전복된 어수선한 자리에 거짓말은 좋은 것, 필요한 것으로 거짓말을 제대로 해야 사랑도 친구도 출세도 얻을 수 있다는 자기계발 전략을 내놓는다.

책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며 거짓말은 인간관계를 풍요롭게 하고 건강한 자기 기만은 자신감을 회복시켜 준다고 진단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친구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마음에 없는 칭찬을 하고, 관계를 지키기 위해 진심을 숨기고, 호의를 얻기 위해 혹은 악의를 피하기 위해 마음에 없는 말을 하며 살아간다. 다른 사람뿐 아니라 자기 자신은 또 얼마나 많이 속이는가. 알면서 모르는 척하고, 스스로 나쁜 평판을 받을 수 있는 일은 숨기고, 자신의 거짓말을 그럴듯하게 포장할 뿐 아니라 자신의 거짓말을 금세 기억에서 지우기까지 한다. 이쯤 되면 거짓말은 인간의 본성이라고 할 만한다. 게다가 우리가 믿고 지키는 ‘진실’ 또한 변덕스럽다. 진실 자체가 시간과 상황에 따라 바뀌기 때문에 오늘의 거짓이 내일의 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영원한 거짓말 또한 없다는 다소 과장된 결론에 이른다. 다만 저자는 자신이 말한 거짓말은 일상의 소소한 거짓말 수준이라고 선을 긋는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