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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정권 초 전문성을 중시하다 보니 자연스레 관료들이 전면에 나서는 상황이었지만,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입성 후에는 정권에 대한 ‘로열티(충성심)’가 상당히 중시되고 있다.

‘김기춘 법조사단’의 전면 포진도 뚜렷한 현상이다. 정권 초 계속되는 인사 참사에 이어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항명’ 등이 박근혜정부에 ‘트라우마’로 남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 때 ‘전문성이 중요하다’며 친박(친박근혜)계 정치인 대신 관료들이 대거 등용될 때부터 박 대통령의 관료 사랑은 예견됐다. 관료들은 기대대로 ‘일’만 하고 ‘입’은 닫았다. 이는 청와대와 내각 구성으로 그대로 이어져 내각과 청와대 1급 이상 공무원 281명 중 211명이 관료 출신으로 짜였다. 전체의 75%다. 역대 정부들이 대체로 60% 선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관료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다.

이 같은 관료들의 득세는 박 대통령이 자신의 국정철학을 펼치는 데 정책 집행 능력이 뛰어난 관료들이 제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이 정치적 ‘빚’이 별로 없어 챙겨야 할 ‘개국공신’이 적은 것도 주된 이유다.

그러나 이 같은 관료들의 전면 배치는 김 실장이 청와대로 들어오며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채 전 총장과 진 전 장관 사태를 연이어 겪으며 자연스레 인사 기준에 ‘충성심’이 핵심 기준으로 포함됐다. 이 같은 인사 스타일의 변화는 감사원장과 검찰총장 내정자 지명에서 분명하게 나타났다.

박 대통령은 27일 검찰총장 내정자에 김진태 전 대검 차장을 지명했다. 김 전 차장은 김 실장이 법무부 장관 때 함께 일했던 후배 검사다. 고향도 김 실장이 경남 거제, 김 내정자가 경남 사천으로 이웃사촌이다. 같은 부산·울산·경남(PK)라인으로 분류된다. 특히 현 정부 첫 번째 검찰총장 임명 과정에서 채 전 총장에 밀려 탈락했었던 김 전 총장이 이번에 박 대통령의 낙점을 받은 데에는 김 실장의 존재가 컸다는 분석이다.

이에 앞서 25일 발표된 감사원장 내정자 역시 김 실장과의 인연이 주목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일하다 감사원장으로 발탁된 황찬현 내정자는 마산고·서울대 법대를 나와 마산중·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김 실장과 학연이 겹친다. 황 내정자 역시 PK다. 대표적인 공안통인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홍경식 청와대 민정수석도 대표적 ‘김기춘 라인’으로 분류된다. 사정 라인 관리와 공직 기강을 책임지는 홍 수석의 청와대 입성에는 김 실장의 추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28일 “사정·감사 라인을 PK 출신이 독식, ‘신(新) PK 시대’가 도래했다”며 “(사정 라인에서) 견제와 균형이 없으면 인사 불균형은 더 심화될 것이고 균형잡힌 여론 수렴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25일과 27일 이정현 홍보수석을 통해 잇달아 발표된 차관급 이상도 비슷하다.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에는 문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이,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에는 김종 한양대 예술대학장이 기용됐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